오늘 생각

"다섯 번째 자살"

소리유리 2024. 3. 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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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자살이라는 연극대본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얇은 대본집으로 구매했는데 찾아보니 없다. 

저자 이름으로 검색해 보니  '김수형 희곡집'  안에 있다. 

 

 

 

내용을 상황에 맞게 수정해서 몇 번 연극으로 올렸었다.

대사가 길어서 역을 맡은 사람들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정신병자 역을 맡은 사람이 대사 외우느라 고생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한 동구라는 환자와 의사의 대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4번의 자살 시도 끝에 한 전도사를 만나 신앙을 갖게 된 동구.

하지만 그는 또다시 5번째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자살이 아닌 타살을 주장한다. 

대사 중의 일부를 올려본다. 

 

동구 : 난 어느 날인가 내가 믿는 하나님을 볼 수가 없었어요. 하늘을 보면 하나님은 분명 살아계셔서 우리들을 바라보시는 것 같은데, 세상 사람들, 아니 기독교인들을 보아도 그들에게서 하나님을 발견할 수가 없었어요. 그들이 생각하는 것도 믿지 않는 사람과 똑같아요. 똑같이 이 세상에서 자기들만 잘 살아보려고 하나님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살고 있어요. 천국, 천국 하면서도 더 오래 살고 싶어 하고, 하늘의 보물을 쌓기보다는 지금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고 기독교인이라면서 왜 죽음을 두려워하죠? 왜 이 땅에서 더 잘 살아보겠다고 도와주어야 될 사람들을 외면하며, 자기 자신들만이 편안한 데로 무관심하고 안일하게 살아가는 거죠? 나는 과연 저 사람들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믿는 사람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의사 : 물론 동구 씨의 뜻을 이해해요. 하지만 우리 믿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삶을 무시하고 살 수는 없는 거예요. 살다 보면 바쁜 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하나님을 잊게 될 수도...

 

동구 : 그 점이 바로 내가 기독교인들 중에서 하나님을 찾을 수 없다는 거예요. 우리의 삶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분이 하나님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선적이 아닌 것은 하나님이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이미 하나님이 아닌 것이에요. 모두가 다 형식과 껍데기인 십자가를 액세서리처럼 달고 다니는 예수쟁이 같았어요. 조금씩 흥분하며) 난 하나님은 존재할지 모르지만 하나님을 정말로 믿는 사람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그리고 믿는 사람이 없는 하나님이란 있으나마나 한 존재라고 생각했죠.

 

의사 : 동구 씨, 그건 지나친 속단이요.

 

동구 : (감정이 격하여져서) 그래, 지나친 속단일지 모르지.  그래서 난 죽기로 결심한 거야. 진리를 알 수 없는 이 세상에서는 고통스러워 도무지 살 수가 없었어. 도대체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이지? 난 내가 죽는 것만이 이 모든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믿었어.

 

의사 : 아니요. 동구 씨의 생각은 잘못이요. 그건 궤변이요. 우린 무슨 이유에서든 자살해서는 안 되는 거요.

 

동구 : 자살! 아니야, 이번엔 자살이 아니라 난 살해당한 거라고!

 

의사 : (놀라서) 살해라고?

 

동구 : (더 감정이 격하여진다) 그래, 난 당신들과 같은 기독교인들로부터 살해당한 거라고!

 

의사 :...

 

동구 :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 듯이 움직이며) 그래, 난 살해 당했어. 난 처음부터 죽고 싶지 않았지만 누군가 나를 계속해서 죽음의 벼랑으로 몰고 가고 있는 거야.

 

의사 : 동구씨...

 

동구 : (죽음의 사자에게 몰리듯) 아 - 악! 난 살고 싶어. 이 세상에서 정말 인간답게 살고 싶단 말이야.  아 - 악! 난, 살고 싶어!. 난, 살고 싶어!

 

의사 : (강하게 동구를 진정시키며) 동구 씨 - 


동구 : (거의 실신한 상태에서 의사에게 매달려 호소하듯) 선생님, 우린 죽음을 초월해서 살 수는 없는 건가요? 죽음 너머에는 더 살기 좋은 하늘나라가 있다면 우린 이 세상에서 손해 보고 굶주리더라도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며 살 수 있는 게 아닌가요? 

 

연극을 지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대본이다. 

생명의 길로 인도하고 안내해야 할 기독교가 도리어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그저 연극이 아닌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에 씁쓸하다. 

 

'동구'의 말처럼 하늘 나라를 바라보면 이 세상에서 손해 보고 굶주리더라도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고 전하는 사람들이 더하다.  

의사는의 동구와의 대화가 끝나고 이렇게 말한다. 

 

의사 : 저는 우동구의 5번째 자살은 자살이 아니라 우리 기독교인들이 책임져야 할 타살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우동구씨의 항변에 변명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하나님을 믿고 있는 나였지만, 난 나의 생활 속에서 하나님과 무관하게 살아왔었습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영생을 위해 내 인생을 살았던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내 인생을 위하여 바쁘게 내 삶을 살아왔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동안 내 안에 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나는 무관심으로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많은 기독교인들도... 그래서 우동구는 우리 기독교인에게서 예수님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우동구 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어슴푸레한 신앙으로 인하여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연극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아니 당시에도 현실을 반영한 연극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독교인들이 책임져야 할 타살...

영혼이 죽는 것만큼 긴급한 일은 없다. 

그 일이 영혼을 넘어 육체에도 미칠 수 있다. 

 

교회는 진실해야 한다. 

복음만이, 성경만이 유일한 규범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존재다.

마치 물에서 벗어난 물고기와 같다. 

공기가 없는 곳에서의 사람 같다. 

 

그리스도인은 달라야 한다.

아니 구별된 자들이다.

더 이상 사람들을, 성도를 자살로 몰아세워선 안 된다. 

교회를 스스로 떠나는 것, 하나님을 잊는 것... 그것이 자살이다. 

 

교회가 본 모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이다. 

교회답게,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 한다. 

더 이상의 자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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