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각은 때에 따라 복이다. 어떤 일이나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좀처럼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잊고 잊고 잊어도 흔적이 자라난다. 잊어버렸다는 망각 속에 방치된 흔적은 어느새 한 자리를 가득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망각한다. 아니 망각시킨다. 하지만 그 망각한 그것이 잊힌 채로 곳곳에 자리를 내린다. 없어진 줄 알았던 것이 어느새 아예 스며들어버렸다.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내 것이 되어 버렸다. 여기저기 그늘진 곳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여전히 자라난다. 잊어버린 그것이 '나 여기 있소'하고 고개를 들이민다. 나에게서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주변의 곳곳에서... 고난주간 '죄'라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그 여진과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사람의 죄는 그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