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머리조심, 충돌주의"

소리유리 2023. 12. 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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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천 길에서..

 
오래전 초밥에 대한 그림책을 재밌게 본 적이 있다. 미스터 초밥..
오래되어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이 있었다.
 
대량 주문으로 초밥집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쉴 새 없이 초밥을 만들다가 가게 주인에게 심하게 혼난다. 
이유인즉 수백 개의 초밥 중에 잘못된 초밥이 하나 있다는 것. 
주인공은 몇백개를 만드느라 수고했는데 칭찬은 못할망정 실수한 겨우 한 개 때문에 이렇게 화낼 일인가 주인에게 따진다. 하지만 주인은 단 한마디로 주인공의 입을 닫게 만든다. 
'너에겐 수백개 중의 하나지만 그 한 개를 먹는 손님에게는 전부다'
 
누구를 위한 '머리조심과 충돌주의'일까?  2m라는 것이 문구가 눈에 띈다. 
2m가 넘는 사람? 혹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 
 
누구를 위한 것이든 그 소수를 위한 배려는 사회에서도 일반적인 것이다. 

하지만 사회보다 더 엄격해야 할 공동체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선 불법이라도 대의를 따라야 하는 모순된 일들... 그 가운데 희생되는 소수에 대한 묵살이 서슴없이 일어난다. 

경고와 주의도 없다. 최소한 '머리조심, 충돌주의'의 경고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희생되고 버려지는 한두 명의 가치와 인생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위기를 벗어나게 만든 자신들의 선택과 성공한 계획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며 버려진 소수에게 등을 돌린다. 

 

전부였던 것을 빼앗긴 소수들만 억울할 뿐이다. 하지만 그 억울함은 다수의 환호와 성공에 잊히고 묻혀진다. 

 

나에게는 택도 없는 2m짜리 머리조심과 충돌주의의 표지판이 내 마음에 씁쓸하게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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