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소리유리 2023. 12. 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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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인의 '그날' 중 마지막 한 문장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 시는 1980년대 궁핍하고 병든 사회를 그린 시라고 한다.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에서 사회, 국가를 생각나게 한다.  
 
거창하게 사회, 국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작게 가정 또는 내가 속한 공동체를 생각한다. 
병든 것과 아픈 것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필연적인 원인과 결과이다. 

 

병들었기에 아프다.

아파서 살펴보니 병을 발견하게 된다. 
병들었는데 아프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혹 지금 당장 아프지 않지만 언젠가 심각한 증세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눈여겨 볼 것은 '모두'와 '아무도'.
모두 병들었고 아무도 아프지 않는다.
정말 이상하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개인이 아닌 단체, 공동체이기에 더 심각해진다.

한 사람이 아니다. 모두가 병들었다. 
그런데 아무도 아프지 않는 공동체, 사회가 되었다.
 
사실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병든 것은 사실이고 아파야 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 아프다. 아프다고 말하지 못할 만큼 아프다.

 

하지만 서로 아프지 않은 척한다. 아니 모두가 아프지 않아 보인다.
난 병들고 많이 아프지만 모두 아파하지 않아 나도 아프지 않게 된다.

결국 난 병든 것도 아니라고 착각하게 된다. 
 
아파야 하는 현실에 참고 참고 참다보니 다른 이들처럼 나도 아프지 않게 되었고 병도 없는 것이 되었다. 
그냥 다들 이렇게 살아간다고 도리어 나를 위로한다.

이젠 정말 아프지 않아야 한다. 
 

분명 내가 병들었고 아팠는데...

금방 '이건 아픈거야! 이제라도고쳐야 해!'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 것을 보니 도리어 내가 잘못되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아프지 않다. 

 
... 그래... 나도 그랬다.

처음엔 병든 나를 발견하고 아파서 아프다고 소리치려고 했다. 

그 무리에 있을 때에 종종 고통이 느껴질 때에 '아야'하고 외쳐야했다.

최소한 신음이라도 내야 했었다. 

 

하지만...

모두가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파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병들었지만 아파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제 보니..

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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