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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내버리셨다"

2016년 6월 장인어른이 소천하셨다. 장인어른은 목사 사위를 집안에 허락했지만 하나님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 . 병으로 인해 하나님을 찾기 시작했고 고통 가운데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깊은 신앙으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기독교 불모지인 집안에 복음이 들어갈 문을 열어주셨다. 어머닌 믿지 않는 가족들에게 교회를 다니라고 하시면서 본인도 출석하기 시작하셨다. 아쉬운 것은 믿음이 자라나기 전에 코로나로 교회를 잠시 멈추시게 됐다. 언젠가 다시 나가시리라 믿고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닥친 일로 집에 걸려있던 달력을 내버리셨다. 그곳도 별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좀 더 나은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이다. 할 말이 없다... 사람을 보지 말고 그분만 보라고 말하기 ..

오늘 생각 2023.12.12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쿠데타는 쿠데타다!"

아침이다. 요즘 늘 그렇듯이 상쾌하진 않다. "와~ 아침이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내자!"라고 말하며 기분 좋게 일어나지 못한다. 머리가 묵직하다. 오늘도 잠을 잘 못 잔 탓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지금의 내 상황에서 아직도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통해 맑고 깨끗한 희망적인 것들을 흘려보내야 하지만 부정적이고 지저분한 배설물을 쏟아내는 현실이다. 답답하지만 당장 회복되진 않는다. 문득문득 나 혼자 몇 달간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분노가 치민다. 가슴이 꽉 막힌다. 몇 달간 준비한 모든 곳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내가 모르고 있던 나에 대한 소문과 목적을 갖고 그 소문을 퍼뜨린 사람에 대한 실망이 너무 크다. 대의를 위해 부정, 거짓을 택한 것은 ..

오늘 하루 2023.12.12

"I will never quit ministry"

목사란 말은 에베소서 4장 11절에서 단 한 번 나온다.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 영어성경인 NIV에서도 ' pastors'가 에베소서 4장 11절에서 단 한번 나온다. 목사를 표준새번역에서는 목회자로, 공동번역에서는 목자로 번역했다. 목회자, 목자를 생각하면 목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떠한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또한 목사를 교회를 맡아 다스리고 성도를 지도하는 교역자로 표현하기도 한다. 교회를 맡은 자, 교회의 대표를 목사로 인식한다. 물론 여기서 목사는 담임목사이다. 현대 목사를 원로, 담임, 부, 교육, 협동 등으로 구분하지만 성도들에게 목사는 보통 담임목사를 의미한다. 하지만 목사가 해야 ..

오늘 신앙 2023.12.11

"겨울비"

둘째 학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니 첫째가 친구와 함께 집에 있다. 둘이 별거 아닌 것에 웃고 떠들고 있다. 기말고사 준비로 둘 다 정신이 없어 보인다. 학원 가기 싫다고 칭얼댄다. 첫째도 차로 데려다주고 잠시 차에서 대기한다. 비가 계속 온다. ... 낮에 예전 청년에게 반가운 연락이 왔다. 잊혀가던 시간을, 기억을 다시 살려준다. 지금 상황 속에 누군가에게 연락을 먼저 한다는 것이 두렵기에 늘 가만히 있다.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인해 타인에게 원망을 듣거나 혹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에게 억눌러있는 것들이 나올까 봐... 상황이 어떻든 나를 기억해 주고 연락해 주는 그 마음이 좋고 감사하다.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느끼지 못한 뭉클함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편한 마음으로 내가 먼저 연락할 수 있겠지....

오늘 하루 2023.12.11

"비오는 날 경의선숲길"

아침마다 날씨를 확인한다. 하루종일 비다. 나와보니 바람도 분다. 10도인데 쌀쌀하다. 연남동 쪽 경의선숲길은 그래도 사람이 꽤 있다. .. 잠을 잘 못 잤다. 이상한 꿈도 꾸고... 첫째가 눚게까지 공부하고 잘 때까지 기다리다가 잘 시간을 놓쳤다. 선잠을 잤다. 잠이 아주 달콤하지는 않다. '그래도' 하고 생각했던 사람에 대한 예상이 완전히 깨진 것이 의외로 충격이 크다. 역시 상처 중에 가장 큰 것은 사람에 대한 것인가 보다. 그것도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 암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오늘도 우산을 쓰고라도 걷는다. 오늘도 애니메이트 카페 대기줄은 길다. 쓸데없는 일이라 치부하기엔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무시하는 것 같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곳을 통해서 힘든 일들을 조금이..

오늘 하루 2023.12.11

"밤 산책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심란한 마음의 주일. 성경본문 중심의 설교가 참 좋다. 심란한 마음을 말씀을 통해 가라앉힌다. 아직은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지만 곧 나아지겠지. 둘째 아이와 홍대에서 만나 잠시 필요한 물품도 사고... 집에 와서 함께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많이 걷지 못했다. 늦은 밤. 잠시 산책을 간다. 서강대 근처에 학원이 많다. 경의선 숲길 옆에 몇 개의 건물이 들어섰는데 다 학원이다. 불이 환하게 켜있다. 기말고사 준비로 더 바쁜 학생들... 지치지 말고 하고 싶은 일들을 잘 해내길... 지나가며 그냥 응원해 본다. 푸시킨의 유명한 시가 떠오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

오늘 하루 2023.12.11

"대표기도(1) - 기본"

교회에서 대표기도는 회중을 대표해서 하는 기도이다. 많은 성도들이 대표기도에 대해 부담을 갖는다. 교회에서 직분을 받아 감사하지만 대표기도는 늘 꺼려지고 힘든 부분이다. 심지어 목사들도 대표기도는 어려운 부분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이 문제가 아니라 기도를 듣는 청중들 때문이다. 내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내 기도를 듣고 평가할(?) 청중들이 신경 쓰인다.. 그래서 기독교 서적에서 꾸준히 팔리는 책이 대표기도문이고 인터넷에서도 많이 검색되는 단어가 대표기도이다. 대표기도 순서가 정해지고 내 순서가 확인되면 그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불안하다. 대표기도문을 작성한다. 고치고 또 고치고, 책을 참고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검색해서 복사하기도 한다. 미사여구를 ..

오늘 신앙 2023.12.10

"정체성(2) 여호와의 군대장관"(수 5:13~15)

요즘은 교회에서 문학의 밤을 많이 하지 않지만 십수 년 전에는 매년 가을이 되면 교회마다 문학의 밤 행사를 했습니다. 문학의 밤 프로그램을 짜면서 꼭 들어가는 것이 콩트였습니다. 이런저런 대본을 많이 써보았지만 가장 쓰기 힘든 대본이 콩트 대본입니다. 한 번은 주제를 ‘동문서답’으로 잡고 대본을 썼습니다. 대화가 엉뚱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자꾸 상식적으로 흘렀습니다. 그래서 쓰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점심 뭐 먹었어?’라는 말에 ‘오백 원이야!’ 최소한 이 정도로 엉뚱하게 대답해야 하는데 자꾸 질문에 맞는 답을 쓰게 됩니다. 이때 동문서답하는 것이 의외로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질문을 들으면 보통 그 질문에 맞게 대답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상하게 생각하죠. 삶 속에서 벌어지는 상식에 벗어난..

오늘 설교 2023.12.09

"폭포책방 아름人도서관"

서대문 홍제폭포까지 계속 걷는다. 새로운 길이 생겼다. 지난번에 열심히 공사하더니 금방 구름다리가 생겼다. 걷는 것은 똑같지만 아래서 걷는 것과 위에서 걷는 느낌이 다르다. 폭포책방 아름인도서관에 들어왔다. 여기도 좋다. 카페는 붐볐는데 여긴 한적하다. 책도 있고 대여도 가능하고, 조용한 음악도 흘러나온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콘센트도 잘 준비되어 있다. 물론 경치도 좋다. 노트북을 키고 끄적인다. 요즘 부정적인 글을 많이 쓰며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나를 자극하는 여러 소식들과 그 사실을 직면하면서 분노한 것도 사실이다. 부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자기합리화 해본다. 내가 이곳에서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다는 것도 알지만 이곳은 내 비상구이다. 탈출구이다. 지금은 어두운, 빛이 들지 않..

오늘 하루 2023.12.09

"홍제천길"

주말엔 홍제천길을 걷는다. 경의선숲길은 사람이 너무 많다. 날씨가 따뜻하다. 공기는 좀 탁하다. 날씨가 추울 때 보이지 않던 물고기가 많이 보인다. 정말 많고 크다. 그동안 다들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웃옷을 손에 쥐고 걷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열심히 산책하고 운동한다. 주말에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홍제천에 다리보수와 징검다리 놓는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로 인해 물이 탁하다. 물이나 사람, 일도 마찬가지이다. 일이 생기면 탁해진다. 혼란스럽다. 공사가 끝나면 물이 깨끗해지겠지. 기간이 문제다. 얼마나 공사가 오래 걸릴지. 맑고 깨끗한 물이 다시 흐르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 산책길이짐이 덜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그 자체의 의미를 찾을 때까지 열심히 걷자! ..

오늘 하루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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