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좋은 제자들"

소리유리 2024. 12. 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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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5시 약속이 있다. 

제자들이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다. 

홍대 '이플로네의 하루'라는 식당이다. 

이탈리아 음식을 파는 곳이다. 

 

집에서 15분 정도 걸어서 가는 거리지만 처음 가본다,. 

식당 근처 지리는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이곳이 이렇게 변했는지 놀랍다. 

내가 다닌 서교 초등학교 근처라 누구보다 잘 아는 거리다.  

조금 일찍 도착해 주변을 한 바퀴 더 돌며 구경한다. 

 

한 친구가 먼저 와서 둘이 들어가 본다. 

불이 꺼져있다. 

아직 5시 전이다. 

5시 오픈이라고 한다.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잡는다. 

불도 환하게 다 켜준다. 

 

잠시 뒤에 한 친구가 도착한다. 

그리고 주문을 한다. 

나는 잘 모른다. 

제자들이 알아서 주문한다. 

 

"리코타 샐러드

 마르게리따 피자 

 트러플 버섯 크림 파스타" 

 

잠시 뒤에 식전 빵과 리코타 샐러드가 먼저 나온다. 
세 명이서 후다닥 다 먹어치운다. 

 

 

곧 이어 트러플 버섯 크림 파스타가 나온다. 

향이 좋다. 

맛도 좋다. 

바로 마르게리따 피자도 나왔다. 

 

 

제자들 덕분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본다. 

셋이서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이야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서로의 근황 그리고 그동안 내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본다. 

가감 없이 그냥 사실대로 말해준다. 

제자들이 나에 대해 대충 알고 있었지만 내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보다 나중에 들어온 팀이 나간다. 

너무 식당에 오래 있는 것 같다. 

2차 후식을 먹기 위해 일어난다. 

제자들이 오늘은 쏜다고 계산을 해 버린다. 

아직 어색하다.

 

아는 커피집이 많지 않다. 

요즘 몇 번 가본 집근처 '위치앤그레텔'을 말하니까 그곳으로 가자고 한다. 

좀 걸어야 한다. 

 

20여분 걸어 도착했다. 

간판 조명이 꺼져있다. 

다행히 안에 불은 켜져있다. 

 

하지만 성탄절로 인해 바빴는지 오늘은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한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린다. 

한참을 가는데 누군가 우리를 부른다. 

좀 전에 카페 분이 뛰어오셔서 다음에 오시라고 쿠키를 하나 주고 가신다. 

진짜 다음에 꼭 가기로 제자들과 말한다. 

 

우리 집 골목에 있는 카페에 가보니 그곳도 문을 닫았다. 

차를 타고 상암동에 있는 '더브래드팬트리'로 간다. 

제자 중에 빵을 좋아하는 빵순이가 있어 이곳이 딱 맞는 듯싶다. 

 

커피와 빵을 고르고... 아내 카드로 계산하려는 나를 막으며 또 제자들이 계산한다. 

이젠 자신들이 쏜다고... 내게 대접받아도 된다고 말한다. 

어색하다... 그리고 고맙다. 

 

2차 수다시간이다. 

가게 닫는 시간까지 길게 대화를 이어간다. 

우리교회 유튜브도 강제로 구독시킨다. 

참 귀한 제자들이다. 

조만간 또 보기로 약속을 하고 버스 정류장에 내려준다. 

 

... 5시에 만나 9시가 조금 넘어 해어졌다. 

좋은 사람들이기에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사람과의 관계가 소중함을 느끼는 하루다. 

 

이제 시작하는 우리 교회에서 더 많은, 새로운 관계들이 만들어져 가길 기대해 본다. 

좋은 사람들 아니 내가 누군가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동안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앞으로 새로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야한다. 

 

... 조만간 제자들이 오면 제대로 대접해야겠다.

대접만 받은 쑥스러운, 조금은 어색한 오늘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사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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