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신호추"

소리유리 2024. 9. 1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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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 날이다.
큰 의미는 없지만 가족 전체를 생각하면 의미가 크다.
내겐 여유가, 다른 가족들에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바쁜 삶을 살아야 한다.

수요설교를 올리는 날이다.
사도신경 보다 명절에 어울리는 본문을 선택한다.
연휴가 조금은 느긋함을 준다.
아니 사실 게으름이다.

다시 정신 차리고 열심히 준비 중에 조카 부부가  왔다.
그리고 나를 할아버지로 만든 딸도 같이 왔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다.

어느새 저녁때다.
밥을 하려는데 압력밥솥 신호추가 없다.
흔히 딸랑이라고도 하는 신호추다.
없으면 밥을 못한다.

열심히 찾아도 없다.
가장 그럴듯한 가정은 음식쓰레기와 같이 버려진 듯싶다.

혹시나 1층으로 내려가 음식물 쓰레기통에 가본다.
통이 비어졌다.
밥을 전기밥솥으로 옮기고 취사를 누른다.
아마도 푸석푸석한? 부슬부슬한? 밥이 나올 듯싶다.

아.. 처형이 공항에 도착할 시간이다.
김포공항으로 픽업하러 간다.
다른 목적은 장모님이 보내주시는 음식이다.

처형을 내려주고 제주도 미역국과 고사리로 저녁을 먹는다.
밥은?
찰지지 않다. 예상대로다.

밥을 먹고 설교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이제야 잠시 저녁 산책을 나간다.
오늘 만보는 포기한다.
달은 오늘도 보기 좋다.


... 신호추!

작은 부품이지만 없으면 밥솥 압력이 다 빠진다.
또한 밥이 어느 정도 되어가는지 알 수도 없다.
가끔 설거지하다가 뚜껑에서 쏙 빠진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칙칙 소리로 밥이 잘 되고 있음을 신호해 주는 신호추.
작지만 정말 중요한 부품이다.
평상시 존재의 고마움을 몰랐던 신호추다.
없으니 커다란 압력밥솥이 무용지물이다.

사람도 그렇다.
내가 챙겨야 하고 더 돌봐야 할 사람을 생각해 본다.
눈에 띄지 않아서 소홀하게 생각한 사람은 없는지 나 자신을 점검해 본다.
신호추 같은 사람들에게 나도 신호추 같은 사람이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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