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폭포에 도착했다.
아름인도서관엔 날씨 탓인지 사람으로 가득하다. 옆에 카페가 도리어 한산하다.
카페 창가 자리가 비었다. 좋은 자리를 잡았다.
아... 오늘 왜 창가 자리가 비었는지 알겠다.
생경한 홍제폭포가 보인다. 물이 흐르지 않는다.
폭포를 구경할 때는 비 오는 날에 더 세차게 흘러서 멋져야 하지만 인공폭포는 다르다.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이 홍제천으로 흘러가니까 아마도 비가 올 때는 폭포운행을 멈추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생각 없이 볼 때는 멋진 폭포였는데 멈춰버린 모습에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다.
지금 앉은자리도 폭포가 흘러내릴 때는 치열한 자리다툼을 해야 하는데...
순리와 역리...
순리는 무리가 없는 순조로운 이치나 도리를 말하고 역리는 살아가는 이치를 거스르는 것을 의미한다.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평안하지만 거스르는 역리의 매력도 있다.
자연폭포가 순리라면 인공폭포는 역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합리적이지도, 이성에 맞지도 않지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무리 없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삶을 좋아한다. 순리적인 삶에 익숙하고 굳이 이치에 거스르는 일을 잘하지 않는다.
순리보다 역리의 힘과 폭발력, 사람들을 끄는 힘의 매력이 있지만 역리는 역리를 또 만나게 된다.
순리와 역리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오늘 난 폭포를 보며 순리와 역리를 억지 맞춰본다.
역리폭포...
평상시에는 순리와 차이가 나지 않지만 더 세차게 흐르게 해주는 비가 올 때는 도리어 멈춰버린 역리폭포...
비가 오지 않는 날엔 다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오늘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순리폭포가 좋다.
많은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물을 흘려보내 주는 홍제천의 모습이 살아있어 보인다.
억지스러움 없이 그냥 받아서 흘려보내주는 자연스러운 모습.
역리는 비가 오면 멈춰버린다.
평상시 문제가 없지만 일이 발생하면 멈추고 심지어 좋은 일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려가는 길에 순리적으로 흐르는 홍제천의 물이 멈춰버린 홍제폭포 보다 좋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순리대로 살자.
아무리 그래도 살아가는 이치를 거스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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