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패스"

처조카의 서울 구경 마지막날이다.
내일 아침에 떠난다.
오늘은 롯데월드를 간다.

아침 일찍 홍대입구까지 태워준다.
지하철은 처음 타본다고 한다.
둘째가 잘 안내하리라 믿어 본다.
중간중간 전화로 체크해 본다.

자유이용권을 구매해 하루 종일 놀기로 했다.
그리고 매직패스도 구매하기로 했다.
매직패스만 '7회권 75,000원'이다.
두 개를 합하면 고액이다.

매직패스!
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는 매직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돈이다.

제주도 아이 덕에 둘째도 처음 줄을 서지 않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
7번에 한해서!
돈으로 만들어내는 매직이다.

서울 와서 처음 가보는 롯데월드.
이것저것 타려면 긴 줄로 인해 몇 개 타지 못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으로 구매하는 매직패스.

긴 줄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돈으로 줄을 없애는 마술은 마술이 아니다.
그냥 돈의 힘이다.

차분히 노력하며 한 단계씩 위로 조금씩 올라가는 사람에겐 돈으로 한 순간 급상승하는 것이 마법은 아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해 경쟁하는 사람 앞에 불쑥 돈으로 일을 따내는 사람은 마법사가 아닌 그저 사기꾼이다.

누군가 '줄 서기의 공정성'을 이야기한다.
매직패스는 그것을 깨버린다고 말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삶의 현장에 수많은 매직패스를 보고 만난다.
노력과 열정,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마술 같은 사기와 부정 그리고 거짓과 불법!

공정은 기본적으로 가져야 개념이다!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을 의미한다.
개념은 어떤 사물에 대한 일반적인 뜻이나 내용을 말한다.

개념 없다는 말은 종종 쓴다.
기초적, 일반적 지식이 없다는 말이다.
개념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살면서 익힌다.
개념이라는 과목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공정 즉 공평과 올바름은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적, 기초적 개념이다.
하지만 매직패스는 공정이라는 개념을 깨버린다.

공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본적, 기초적 개념을 깨버리고 무시한다.
더 중요한 것은 놀이기구를 타는 것!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
사업을 따내는 것!
한 마디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돈으로 줄을 없앤다.
높은 자리, 이권을 얻기 위해 공정, 절차를 없앤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불법을 자행한다.

... 매직패스는 이제 일반적인 자연스러운 일이다.
매직패스의 피해를 모두가 경험한다.
그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아주 큰 상처가 된다.
그리고 모두 그것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가해자는 다 이유가 있다.
제주도라는 이유, 어쩔 수 없다는 수많은 이유들...
아니 사실 핑계다.

... 오늘 매직을 경험한 둘째에게 '줄 서기의 공정성'에 대해 잘 이야기해 줘야겠다.
특히 지난번 우리가 겪은 일들이 둘째의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 이제 롯데월드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