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계속 온다.
보통 비와 상관없이 산책은 간다.
하지만 오늘은 집에서 대기한다.
오늘부터 목요일까지 첫째 시험이다.
첫째는 시험 끝나서 일찍 오고, 둘째는 3학년 시험으로 인해 일찍 온다.
일찍 오는 아이들 때문에 대기하는 것은 아니다.
'직보' 때문이다.
처음에 '직보'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직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으면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고 직접 보고함'이라고 나온다.
물론 이 뜻이 아니다.
'직보'는 줄임말이다.
'직전 보충', '직전 보강'을 줄인 말이다.
시험을 앞두고 학원에서 보충, 보강하는 수업을 줄여서 '직보'라고 한다.
내일 시험 보는 과목의 '직보'가 있다.
오늘 시험 끝나고 학원으로 오라고 해서 데려다줘야 한다.
참 공부하기 힘든 시대다.
새로운 말도 등장하는 학원의 시대다!
대부분의 학원은 방학이 되면 특강을 한다.
재밌는 것은 특강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학원생들은 방학이 되면 특강을 필수적으로 듣는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학원을 더 길게 다니는 기간이다.
지금 이 시대에 내가 산다면...
음... 암튼 학생들이 공부하느라 참 힘든 시대다.
그리고 부모들도 자녀의 사교육으로 힘든 시대다.
... '학원 셔틀'(?)로 바쁜 하루다.
늦은 저녁이 되어 우산을 쓰고 동네 몇 바퀴 돌아본다.
시간상 만보는 채우지 못한다.
비 오는 길을 보니 물이 이곳저곳 고인다.
고인 물을 피해 이곳저곳 발을 내딛는다.
그래도 어느새 신발 안으로 물이 스며든다.
혹시 젖을 것 같아 크록스를 신어 다행이다.
... 사람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만든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정치, 경제, 교육 등...
그리고 지혜롭게 잘 사용해서 더 좋은 사회, 사람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어떤 때는 사람이 많든 제도에 사람이 끌려다니기도 한다.
그 제도,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또 새로운 틀을 만들고 그것에 지쳐 다른 틀을 또 만든다.
왜?라는 질문을 던질 여유도 없다.
그냥 다들 하니까 나도 하고 다른 이들에도 요구한다.
복잡해진 여러 제도와 틀을 보면서 새롭고 좋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조금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하루다.
그래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사회에 스며드는 물처럼 나도 젖어가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오늘도 일찍 자기는 틀렸다.
베란다 박스에 고구마가 아직 많이 남았다.
오늘은 고구마를 채 썰어 에어프라이어에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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