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와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탱탱해진 배를 꺼뜨리기 위해 산책을 나간다.
음... 덥다.
배가 불러 더 더운 것 같다.
발바닥이 좀 아파 많이 걷지는 못할 것 같다.
어제 컵 하나를 깼다.
유리조각을 열심히 치웠는데...
조그만 조각을 발로 문질렀다.
심하지 않다.
그런데 신경 쓰인다.
무시하고 어젯밤에 산책을 했는데 오늘도 따끔거린다.
살살 걷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조각이었는데 내 몸을 지탱해 주는 발이다 보니 신경이 쓰인다.
발에 신경 쓰다 보니 사진도 못 찍었다.
어제 찍은 사진을 대신 올려본다.
달이 밝았던 어제다.
... 집에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서 그런지 있는 동안 그릇, 컵을 몇 개 깼다.
건조대에서 떨어져서 깨진 그릇과 컵, 언제 금이 갔는지 모르는 것들도 있었다.
그릇과 컵을 깰 수 있다.
깨진 후에 완벽한 마무리가 힘들다.
큰 조각은 눈에 잘 보여 치우지만 작게 깨진 유리 조각이 문제다.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젖은 티슈나 버릴 행주로 열심히 제거해도 또 어느 구석에서 등장한다.
어제가 그랬다.
완전히 제거한 줄 알았는데 바닥에 아주 작은 유리 조각 하나!
그리고 발로 밟고 방향을 바꿨다.
따끔하다. 피도 난다.
피를 닦고 살살 만져보니 유리조각은 휴지에 묻었는지 없다.
보이는 큰 조각은 도리어 위험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작은 조각이 상처를 낸다.
그리고 상처를 낸 부위도 좋지 않다.
손가락이나 다른 곳이 아니라 무거운 내 온몸을 지탱해 주는 발바닥이다.
걸을 때마다 따끔거린다.
유리조각이 살 속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잘 살펴보지만 없다.
사람 마음도 그런 것 같다.
평상시 느끼지 못한 작은 유리 조각 같은 것들이 더 신경 쓰이고 상처를 준다.
작다고 무시할 수 없다.
자꾸 신경 쓰이는 부분을 건드린 작은 상처는 온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 발바닥에 신경 쓰이지만 무시하고 또 산책을 나가야겠다.
아내가 나가자고 한다.
잘 걷지 않는 아내가 나가자고 하면 무조건 나간다.
따끔거리지만 곧 상처가 아물고 무뎌질 때가 오겠지.
나가려는 우리를 향해 둘째가 아이스크림 사 오라고 외친다.
'오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0) | 2024.08.20 |
---|---|
"낮 산책" (0) | 2024.08.19 |
"사사시대 그리고 우리시대" (0) | 2024.08.17 |
"가상과 실제" (0) | 2024.08.16 |
"미련" (1) | 2024.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