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공기청정기"

소리유리 2024. 8. 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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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에 아내 치료실로 간다. 

오늘 치료실이 비는 날이지만 공기청정기를 수거하기 위해 사람이 온다. 

자리를 지켜야 한다. 

꽤 오랜 기간 대여한 공기청정기를 해약하고 수거해 가기로 했다. 

 

몇 주전 일이 벌어졌다. 

매달 점검하러 오는 사람을 마주칠 때가 거의 없다. 

마침 아내가 그날 있었다. 

그리고 슬쩍 보고 갔다. 

 

아내가 이상해서 지점에 연락해 본다. 

기록에 필터를 교체했다고 적혀있다고 한다. 

전혀 그런 일이 없다. 

항의를 한다. 

 

점검하러 온 사람이 실수로 그렇게 기록했다고 말하며 이런 일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내가 평상시에도 점검한다고 하는데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영수증도 달라고 해도 잘 주지 않는다고 몇 번을 말했었다. 

 

해약을 한다.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처음인 한 번, 어쩌다 그 한 번이 딱 걸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번 거짓 기록을 하던 것을 이번 처음 걸린지도 모른다. 

 

오후 2시 좀 넘어 사람이 와서 공기청정기를 수거해 간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깨진 결과다. 

그냥 믿었는데 속았다는 기분 나쁜 감정을 남겼다. 

 

그동안 우리가 바보처럼 취급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도 되는 곳! 사람!

왜 그럴까 생각한다. 

그러면 당연히 안 되는 건데...

 

지난번 쓴 글이 생각난다. 

해도 되니까 하는 거라는 말... 

아무도 내가 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막지 않아도, 하면 안 될 것은 하지 않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공동체가 잘 지어져 가면 좋겠다. 

 

해도 되니까 속이고, 거짓을 말하고, 가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닌... 

그런 곳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의 위로가 되는 공동체가 잘 만들어지길 소망해 본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깨졌지만 아쉬움은 없다. 

더 좋은, 새로운 것을 기대해 본다. 

공기청정기도,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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