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객기"

소리유리 2024. 3. 1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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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피곤이 좀 오래간다.

다들 나가고 집안 정리한다. 

 

피곤해도 산책에 나선다.  

비가 조금 온다. 우산을 챙긴다. 

홍제천 길에 들어서니 비가 멈춘다. 

 

 

아침이라 아름인도서관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 

조금 더 걷기로 한다. 

걷는 만큼 체력도 좋아지는데 피곤한 핑계로 많이 걷지 않는다. 

3만 보 넘게도 많이 걸었는데... 요즘은 2만 보 넘으면 피곤해진다. 

 

 

이곳에서 돌아간다. 

바위에 누군가 낙서를 해놨다. 

낙서는 한순간이지만 원상복구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저 한 순간의 객기로 낙서를 했겠지만 그 이후는 복잡해진다. 

 

객기...

공연히 부리는 호기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공연히 부르는'이다. 

'공연히'라는 말은 '아무런 까닭이나 실속이 없이'라는 말이다.

 

까닭도 없고 실속도 없다. 

한 마디로 그냥이다. 

굳이 이유를 말하면 까닭도 실속도 없지만 '하고 싶어서'다. 

 

그 사람도 객기를 부렸다고 할 수 있을까?

까닭도 실속도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객기를 부려 원상복구에 오랜 시간과 희생이 요구되는 것도 맞다. 

 

다른 것은 다 접어두고 '낙서를 보며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생각에서...

'왜 그 사람은, 그곳은 그런 결정과 행동을 했을까?'로 연결된다.

여전히 병처럼 자꾸 생각이 그쪽으로 연관된다. 

 

그리고 똑같이 안타깝다. 

가장 어리석고 최악의 선택을 했다. 

앞으로의 결과와 상관없다. 

그곳이 결단코 해서는 안될 선택을 했고 결국 동참한 모든 사람들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나중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어떤 이유도 통하지 않을...

그분 앞에서 '그 당시 제가 객기를 부려서...'라고 할 것인가?

 

돌에 새겨진 낙서처럼 쓸데없는 짓을 했다. 

낙서를 할 때는 신나고 두근거리면서 했을지 몰라도 100% 후회할 일이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낙서를 볼 때마다 뿌듯할지 몰라도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분은 아신다. 

그리고 나중에 추궁(?)하실 것이다. 

지금부터 '왜?'라는 질문에 답할 것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은 적당한 말로 둘러댈 것이고, 동참한 사람들은 그 사람 핑계로 대지 않을까?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처럼...

하지만 그냥 넘어가시지 않으실 분이다. 

 

돌에 새겨진 낙서 때문에 별 생각을 다한다. 

아름인도서관에 왔다. 

그새 자리가 꽉 찼다 

 

그냥 집으로 방향을 잡는다. 

지난번 손님이 사 온 귀한 고기로 아내와 점심을 해야겠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간다. 

내게 새겨진 낙서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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