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청지기일 뿐인데..."

소리유리 2024. 4. 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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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찍 잠이 깼다. 

어제 아내와 아이들이 늦게 와 야식을 먹은 탓에 아침은 과일로 한다. 

사과, 딸기, 토마토... 

지난 주일 망원시장에서 구매한 것들이다. 

맛이 아주 좋다고 할 수 않지만 가격에 비해 괜찮은 맛이다. 

 

대충 정리하고 경의선숲길로 나선다. 

아침에 비가 좀 오더니 이제 멈췄다. 

공기는 상쾌하다. 

 

 

햇볕이 비추진 않지만 좋은 날이다. 

책거리에서 서강대 쪽으로 가는 길이다. 

구름다리 옆 건물을 신축한 지 좀 됐는데 매매임대 안내가 붙어있다. 

경기가 안 좋긴 하다. 

연남동에 비어진 상가나 새로 인테리어 하는 곳도 꽤 있다. 

매달 나가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곳들이 많다. 

 

 

서강대를 지나 마포 쪽으로 계속 걷는다. 

이따가 잠시 머물 커뮤니티센터를 지나 효창공원역 쪽으로 걸어간다. 

푸릇푸릇한 시야가 눈에 시원하다. 

 

 

오늘 점심도 김밥을 먹을까? 

혼자 고민해 본다. 

슬쩍 김밥집을 보니 임시휴가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경의선숲길 끝에서 방향을 돌린다. 

 

 

커뮤니티센터에 들어가기 전 아내와 통화한다. 

아내가 오늘 용무가 있어 마포 쪽에 있다. 

시간이 딱 맞았다. 

잠시 기다렸다가 근처에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다. 

 

커뮤니티센터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즐겨 앉는 자리가 비어있다. 

노트북을 연결하고 잠시 쉬었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다.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오라는 카톡이다. 

앉은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래도 말을 잘 들어야 좋은 남편이다. 

 

짐을 바로 챙기고 약속 장소로 간다. 

몇 번 갔던 '프릳츠'가 보인다. 

처음 먹을 때 커피가 정말 맛있었던 곳이다. 

빵도 맛있다. 

커피는 산미가 좀 있어 좋은데 오늘을 패스다. 

아내가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와 간단하게 국밥을 먹고 같이 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재밌고 희한한 이야기를 해준다고 한다. 

아침에 아내가 자동차 키를 찾지 못해 여분키로 운전해 갔는데...

가방에 차키가 2개가 있다고 재밌지 않냐고 말한다. 

마치 마법에 나오는 것같이 이야기한다. 

모자에 물건 한 개를 넣으면 꺼낼 때에 두 개가 되는... 

 

재미없다.

아주 가끔 찾는 물건을 손에 쥔 채로 발을 동동거릴 때가 있다. 

나도 핸드폰을 손에 쥐고 핸드폰을 찾다가 시간을 보기 위해 핸드폰을 보고 깨달은 적이 딱! 한 번 있다. 

며칠 전엔 설탕이 없어서 샀다.

봉지를 열어 설탕통에 넣고 남은 것을 다시 보관하려는데 똑같이 남은 것이 있다. 

똑같이 봉지에 조금 남은 설탕이 두 봉지 생겼다. 

 

손에 있는 걸 모르고 다시 또 잡으려는...

잘 찾아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인데 또 가지려는...

물론 실수이고 건망증이다. 

 

하지만 알면서 하는 경우도 있다. 

실수나 건망증이 아니라 고의, 계획적으로 하는 경우이다. 

손에 자신의 것이 있으면서 다른 이의 것을 빼앗는 경우다. 

 

마치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취한 것처럼 있는 사람이 더하다. 

자신이 가진 것은 당연한 것이고 다른 이들의 것들을 빼앗는다. 

그것이 물건, 물질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다른 것이 사람, 시간이 될 때는 심각해진다. 

자신에게 절대복종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상대방의 시간을 뺐는다.

절대복종하다 보면 그 사람에게 종속되어 버린다. 

자신의 옳고 그름이 없어지고 무조건적 순종, 복종을 한다. 

 

상대방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마구 사용한다.

내 것을 채우기 위해 상대방의 시간을 사용하고 더 이상 필요 없어지면 과감히 버린다. 

그렇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 

없는 사람은 서로 나눠주고 채워주는 경우가 많지만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청지기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인 개념으로 '남의 것을 대신 맡아 지키고 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모든 것이 다 창조주가 주신 것임을 기억하며 내 것이 없다는 진실을 인식해야 한다. 

내 것이 아니기에 가장 정당하고 옳은 방법으로 관리해야 한다. 

나중에 주인이 계산하기 때문이다. 

 

나는 청지기일 뿐이다!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있더라도... 

자동차 키에서 여기까지 왔다.

오늘 내가 청지기로서 맡고 있는 것들이 무엇들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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