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함정 같은 기회? 기회 같은 함정!"

소리유리 2024. 4. 7. 21:30
728x90
반응형

나를 제외한 가족들 일정이 바쁘다.
예배 후에 이것저것 챙기다 잠시 짬을 내서 산책을 나간다.
연남동과 경의선숲길.

주일이라 사람들이 많다.
산책차림으로 나온 내가 튄다.
다들 이쁘게 꾸미고 맛집, 유명한 카페에 줄을 선다.


복잡한 것이 싫다.
모래내쪽 경의선숲길로 간다.
이쪽도 많다.
평상시 이쪽은 사람이 많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걸음을 빨리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리저리 비집고 다니며 경의선숲길을 탈출한다.

집 근처 연남동을 걷는다. 


... 예배드리는 교회에 부교역자가 새로 부임했다.
광고시간에 나와서 부목사 부부가 인사를 한다.
옛 곳이 생각이 난다.
급하게 생각을 돌린다. 

부교역자들이 왠지 측은하게 보인다.
설마 이곳은 그렇지 않겠지만 혹시 팽 당할까 봐...
지난번 교회 문제로 상담하던 후배와 부교역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담임에 비해 심하게 열악한 환경.
보험, 연금 없다.
퇴직금만 있다.
실업수당? 당연히 없다.

교회를 옮기면 다시 새롭게 1년 차다.
사례비 이야기하면 돈 밝히는 사람이 된다.
담임 목사의 모든 생활은 지원하지만 부교역자는 아니다.

부교역자의 '부'가 아니 '부' 같다. 

교역자가 아닌 사람. 


그래서 보통 부교역자는 담임이 되기 위해 스펙을 열심히 쌓는다.
외국에 몇 번 나가지 않아도 주는 학위에 목숨을 건다.

유학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딸 수 있다. 

목회자끼리는 다 안다. 

그래서 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에 있는 장로는 모른다. 

물론 성도는 더더욱 모른다. 

그래서 한국에 있으면서 외국 학위를 따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대형교회를 가야 한다.
개척, 담임지원, 분립 등.. 대부분 대형교회만 가능하다.
대형교회 출신은 돼야 담임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다.

물론 옛 곳도 심사 기준에 대형교회가 있었다. 


난 어리석게도 대형교회도 아닌 곳에서 미련하게 20년을 있었다.
말 그대로 순진했다.

세상 말로 스펙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곳이다. 

스펙 쌓기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내게 함정 같은 기회? 기회 같은 함정을 줘서 경선에 올랐다.

누군가 말한다.

그래도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라고... 

똑같이 말해주고 싶다. 

나와 같은 기회를 꼭 받길 바란다고...

 

나에게 준 기회는...

선심 쓰듯이 나를 올려놓고 뒤에서 저 사람은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기회였다. 

20년을 봤지만 열정도 없고 다음 세대를 위해 세워선 안 된다고 사람들을 설득한 기회였다. 

 

말한 적도 없는, 먼저 요청하지도 않은 소원을 들어준 기회다. 

누구의 소원인가? 

분명한 것은 내 소원은 아니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것인데 자신의 온정주의로 내 소원이나 들어주자는 심정으로 준 기회라고 한다. 

 

또한 큰 배려를 한 듯 말하고는 다른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표리부동한 기회다. 

돌발변수가 나타났다고 더 이상 공정할 수 없다는 기회였다. 

무엇이 돌발변수였을까? 

결국은 한 표 차이라도 한 명이 될 텐데... 

미리 정한 사람이 되는 것이 어려워진 돌발변수인가?

아니면 돼서는 안 될 사람이 될 것 같은 돌발변수인가?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도 소리와 글이 또렷하게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함정 같은 기회? 아니다 기회 같은 함정이다. 

순진하고 어리석게 난 함정에 쉽게 쑥 빠졌다. 

혼자 최대한 공정을 지키기 위해 쑈 했다. 

 

자조적... '스스로 자신을 비웃는 말'

딱 내게 맞다. 

 

지금 다니는 교회 사역자를 보니 조금 사무적이다.
딱 자신의 일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큰 교회라서 그런가?

물론 느낌적인 느낌이다. 


나는 쓸데없이 시키지도 않는 일들을 만들어 벌려놨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했다.
아주 자잘한 것들도...

전기, 컴퓨터, 커피, 방송실, 영상, 음향 등... 

 

다 소용없다.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고용인이다.
곧 잊힌다.

다른 사람을 또 고용하면 된다는 식이다.

 

사회에서는 그런 대우를 못한다.
하지만 교회는 가능하다.
그래도 부교역자는 항의 못한다.
목회자가 그래선 안 된다고 한다.

이 세계가 좀 무섭다. 
사역이라는 것에 거리감을 느낀다.

흔히 하는 말로 트라우마다. 

 

어디를 가도 그럴 것 같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 

좋은 교회는 없다!

다 똑같다고...

 

그 정도로 여파가 아직도 있다. 

지금은 상황을 견디며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해서 다니는... 

긍정보다는 부정이 더 강해졌다. 

 

... 왠지 피곤한 하루다. 

이런저런 일들도 생기고...

4월의 첫 주일...

그래도 하박국 선지자의 심정을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LIST

'오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멋진 승부와 승복"  (0) 2024.04.09
"벚꽃 엔딩"  (0) 2024.04.08
"봄빛 서대문에서 만나 봄"  (0) 2024.04.06
"시그니처 커피와 딸기라떼"  (1) 2024.04.05
"기괴하다"  (1) 2024.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