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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받은 무가 있다.
냉장고 안쪽에 넣고는 잊었다.
너무 오래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그냥 다 버리기 그래서 끝을 잘라 물에 넣어본다.
설거지할 때마다 물을 채운다.
잘 먹는다.
그동안 목말랐는지 물을 많이 마신다.
무잎이 나왔다.
생각보다 잘 자란다.
아이들이 키워서 뭐 할 거냐고 묻는다.
그냥 설거지하면서 심심하니까 보는 재미라고 말한다.
어느새 꽃망울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조만간 꽃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오늘도 아침을 먹는다.
밥을 먹던 첫째 아이가 무에 꽃이 폈다고 말한다.
뒤돌아본다.
꽃이다.
사진을 찍는 내게 좀 이쁜 곳에 담아 찍으라고 핀잔을 준다.
꽃이 이쁘니까 괜찮다고 변명한다.
며칠이면 더 많은 꽃들이 필 것 같다.
화려한 한시적 꽃다발 보다 소박하지만 살아있는 무꽃이 더 좋다.
곧 더 활짝 핀 많은 꽃을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씨를 받아 무를 키워 보는 것?
아니다.
그건 너무 갔다.
키울 밭도 없다.
밭이 있어도 못 키울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동안 꾸준히 물배 채워준 보답을 받았다.
무꽃이 끝나면...
소소하게 주방에서 키울 다른 것을 찾아봐야겠다.
이제 무꽃 보는 재미로 설거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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