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예배를 드렸다는 것은 이제 교회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냥 목사가 아닌 담임 목사가 되었다.
많이 바뀐 것은 없지만 그래도 부담감, 선한 부담감이 생긴다.
아침에 어제 첫 예배 오신 분들, 헌금하신 분들에게 카톡을 보낸다.
귀한 답글들이 속속 도착한다.
그리고 소식을 접한 다른 이들에게도 축하의 글과 헌금도 도착한다.
아직 노회 소속을 하지 못해 통장은 내 이름이다.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교회 통장에 차곡차곡 넣는다.
'함께지어져가는교회' 교인은 아직 가족 외에는 없다.
다음 주에 등록카드를 쓸 성도가 나올지 모른다.
아이들은 오전엔 동네 교회, 오후엔 우리 교회에 나온다.
'함께지어져가는교회'가 주교회이고 동네교회는 부교회다.
주일학교가 없는 관계로 2개 교회를 다닌다.
아... 성도로 해외에 있는 두 명의 제자와 남쪽 지방에 사는 제자 있긴 하다.
해외 온라인 성도 1번은 호주에 있는 제자, 2번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제자다.
강제로 등록시켰다.
아니 그냥 그렇게 한다고 통보했다.
남쪽 지방에 사는 제자는 국내 온라인 성도 1번으로 하기로 했다.
온라인 성도 3명이다.
...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에게 전화가 온다.
내 사정을 알고 그동안 연락하기 망설이다가 첫 예배를 계기로 연락이 왔다.
사실 그곳과 관계된 사람들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혹시라도 모를 일들이 있을까 해서다.
전화가 울리고 이름이 뜨고 반가운 목소리를 듣는다.
오랜만의 통화지만 서로 다 알고 느낀다.
어쩌다 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사연을 알고 있다.
조금 마음이 먹먹하다.
내 상황, 사정, 힘든 상황에 공감하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이제 부담 갖지 말고 연락하고 조만간 만나자고 한다.
... 어제 첫 예배에 통화만 하고 또는 소식만 듣다가 오랜만에 만난 분들도 있다.
서로 보자마자 마음이 통한다.
어떤 마음인지, 느낀 인지 안다.
반가움, 안타까움, 울컥함 등의 복잡한 감정이 한 번에 쏟아진다.
그래도 기억하고 찾아오고 손을 잡아준 분들이 감사하다.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오랜만에 홍제폭포로 간다.
오가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교회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여러 생각들...
오우천월(吳牛喘月)
'오나라의 소가 더위를 두려워한 나머지 밤에 달이 뜨는 것을 보고도 해인가 하고 헐떡거린다는 뜻으로, 겁이 많아 공연한 일에 미리 두려워하며 허둥거리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좀 전에 말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사실 '해'나 '자라'를 보고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해'를 닮은 '달', '자라'를 닮은 '솥뚜껑'으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우리나라 속담도 있다.
이 말이 더 내 심정에 가깝다.
'피하는 상대가 무섭거나 두려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도 딱히 없고 얽혀봤자 이득 될 것도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일부러 회피한다는 반어적인 의미의 속담'
살면서 가끔 하는 말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엮이기 싫은 마음이 아직은 크다.
하지만 오는 연락이나 찾아오는 사람들은 너무 반갑다.
그리고 그 반가움과 고마움이 어제와 오늘 많이 느끼게 한다.
어제와 오늘.
날을 정한 약속과 정하지 않은 약속 두 개가 생겼다.
사람과의 좋은 만남을 통해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속히 회복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