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그래 다행이다..."

소리유리 2024. 11. 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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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온다. 

차가 많이 막힌다. 

아내와 아이들도 좀 지쳐있다. 

 

어제 만든 김치찜으로 저녁을 때운다. 

아이들은 첫 예배의 기쁨도 있지만 용돈이 생긴 것에 더 기쁨이 있는 듯하다.

오랜만에 본 분들이 아이들의 용돈을 몰래몰래 챙겨주셨다. 

세뱃돈보다 더 많이 받았다고 좋아한다. 

 

... '첫 예배 축하' 문자도 온다. 

그리고 교회 개척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문자도 온다. 

 

사실 오늘 제일 힘들었던 것은 감정의 절제였다. 

익히 사정을 알고 지내던 분을 볼 때 울컥한다. 

그분도 울컥한다.

말은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 

아내의 대표기도 소리에 울컥한다. 

더 아무렇지 않은 듯 생각과 시선을 돌리고 감정을 절제한다. 

 

완전히 잊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진짜는 평생 잊지 못한다이다. 

물론 그것이 걸림돌은 아니다. 

나를 붙잡아 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과 그 사람, 부역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잊지 못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지어져가는교회'는 그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더 다짐한다. 

반면교사로 더 잊을 수 없다. 

 

 

그리고... 한 후배에게 카톡이 왔다. 

담임의 말에 상처받은 성도의 이야기다. 

목사가 해서는 안 될 말을 듣는다. 

 

아픈 사람에게 새벽기도 안 나와서 아픈 거다. 

집안에 근심걱정이 없는 것은 예배 잘 드려서 그런 거다. 

또 있다. 직분자를 뽑는 것도 담임에게 일임해 달라.

 

그 이야기를 듣고 한 마디 했다. 

'나와라. 우리 교회 오라는 뜻을 절대 아니다'라고...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개척교회나 교회가 어려움을 당하면 그 교회 목사들은 신앙생활을 엉망으로 하는 게 되냐...'

 

웃기다. 아니 슬프다. 

목사도 중병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목사도 집안에 근심걱정이 있다. 

 

새벽기도를 인도하고 예배를 한 번도 빠지지 않지만 너무 상황이 좋지 않은 교회 그리고 목사도 많다.

그 목사들에게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

대충 알기로는 후배가 다니는 교회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 어려움을 담임목사의 탓으로 한다면 수긍할까?

 

얼마 전에 그곳과 가까운 큰 교회 목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륜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고 전별금 등으로 10억을 요구한 목사. 

 

다른 개혁보다 먼저 종교 개혁!

교회의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목사가 있다. 

 

... 교회의 이런저런 꼴(?)을 보기 싫었다. 

작년에 받은 충격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컸다. 

20년을 송두리째 부정당했으니까... 

 

그 후로 교회 개척이 아니라 내가 다니고 싶은 교회를 찾기 어려웠다. 

이런저런 이유도 있지만 내가 다니고 싶은 교회를 개척하기로 했다. 

교만, 잘난 척이 아니다. 

많은 고민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 교회 5대 핵심 가치를 정했다. 

 

'성경적 교회, 개혁적 교회, 상식적 교회, 자치적 교회, 수평적 교회'

 

다음 주부터 핵심 가치를 설교할 계획이다.

그리고 오늘 후배의 카톡을 보며 '그래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들이 있고, 그 어려움이 너무 오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래 다행이다'를 말해본다. 

 

그렇다. 

앞에 한 마디를 붙인다면 '교회 개척한 것이... 그래 다행이다'이다. 

변질되지 말자. 

그리고 핵심 가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교회를 하나님, 성도들과 함께 잘 지어져 가자는 마음을 재차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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