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투썸플레이스 마스카포네 티라미수"

소리유리 2024. 1. 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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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에 첫째가 바쁘다. 

밀린 학원 보강들이 있다. 시간도 두배로 하고 숙제도 많다. 

 

웬일로 도시락을 싸간다고 한다. 밖에서 먹으면 비싸다고... 

여행으로 많은 지출을 해서 본인도 부담을 갖는 것 같다. 

 

감자조림과 치킨너겟으로 도시락을 싸준다. 

아니 스스로 넣어간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차로 데려다준다. 

날씨가 좋다. 차에서 몇 장 찍어본다. 

 

 

... 집에 도착했다.

집이 난리다. 아침에 정신없이 준비하느라 어수선하다. 

집안 정리를 먼저 한다. 

나도 끼니를 때운다. 

 

오늘은 지난번 오토바이 접촉으로 앞범퍼 수리비를 알아봐야 한다. 

아마도 사고 내고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고 있겠지. 

어제 가려다가 깜빡했다. 

귀찮아도 오늘은 꼭 가야지... 자주 가는 카센터에 간다. 

 

앞범퍼를 보더니 금이 갔다고 갈아야 한다고 한다. 

금이 가서 그 부분을 때우면 나중에 금방 깨진다고 아예 교체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음... 사고 낸 청년이나 전화 온 누나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래도 착한 사람들 같다. 

가격을 물어본다. 

범퍼를 교체하지 않으면 30만 원, 교체하면 50만 원이라고 한다. 

 

누님이라는 분께 전화한다. 

가격을 말하고 하루에 수리가 안 돼서 맡겨도 다음 주에 맡겨야 하고 

다른 곳도 알아보겠다고 말한다. 

웬만하면 교체 안 하려고 한다고 미리 말한다.

고마워한다. 

목소리만 착할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하고 싶다. 

속아도 그런 마음이다. 

베트남 청년과 누나에게 이곳도 좋은 곳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다른 곳에도 한 번 가 본다. 

이번엔 무조건 교체하라고 한다. 금 가서 안 된다고... 가격도 50만 원. 

보험 되면 보험 처리하라고 연락해 보라고...

내일 다른 곳도 더 알아보고 연락 줘야겠다. 

 

차를 집에 주차하고 늦게 산책에 나선다. 

둘째는 오케캠프, 첫째는 늦게까지 학원...

몸은 좀 피곤하고 다리도 아프긴 한데 좀 더 걸어본다. 

 

 

어느새 포방터시장까지 왔다. 

다리가 좀 아파 천천히 걸었다. 

어제 계단을 많이 올라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날이 좋아 괜찮다. 

 

기분은? 

순간순간 왔다 갔다 한다. 

 

음... 아침에 첫째를 데려다주고 오는데 카톡이 왔다. 

문자로 날 위로해 주셨던 분이다. 

그곳에 있을 때에 아주 친하지는 않았던...

개인적인 연락도 이번 일로 처음 한다. 

 

운전하며 슬쩍 내용을 본다. 

카톡선물이다. 

'투썸플레이스 마스카포네 티라미수'  선물이다.

이름도 길다. 그래도 투썸플레이스와 티라미수는 안다. 

마스카포네는 치즈이름이라고 인터넷에서 말해준다. 

 

 

글은 없다. 그냥 선물만 왔다. 

음... 오락가락 감정이 또 움직인다. 

감사함과 함께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울컥한다. 

아마도 이글도 볼지도 모르는 그분께 다시 감사드린다. 

 

성격상 확 풀지 못하고 담아두는 경우가 많다. 

소리 지르고 울고 화를 내면서 풀지 못한다. 

꾸역꾸역 이곳저곳에 감정을 쑤셔 넣는다.  

종종 예기치 못한 일에 삐져나온다. 

운전하면서 시야가 흐려지만 안 된다.

다시 감정을 가라앉힌다. 

 

집에 오니 그분께 문자가 왔다. 

작은 케이크 하나 보내드리니 맛있게 먹으라고...

작지 않다. 

큰 선물을 받았다.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아직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물론 선물 때문이 아니다. 

선물을 주려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심하고 보내는 모든 과정이 감사하다.

나라는 사람을 아직도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감정을 건든다.  

 

... 포방터시장까지 왔다.  

하늘이 정말 좋다. 

멀리 보이는 산도 좋다. 

다리가 조금 무겁다. 돌아가야겠다.  

 

 

걸어 걸어 아름인도서관에 도착했다. 

자리가 없다. 

요즘 사람들이 많다. 

카페와 도서관 사이, 도서관 자리가 보이는 테이블에 잠시 앉는다. 

누군가 일어나면 바로 가기 위해서... 

추워진다... 

다행히 한 사람이 일어난다. 

노트북을 가방에 넣지 않고 그냥 들고 가서 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아 하늘을 잠시 본다. 

여기도 하늘이 좋다.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버티는 오늘이 아니라 

즐겁게 오늘을 만들어 가고 소중한 것들을 쌓아가는

오늘이 되게 해달라고 그분께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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