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 창세기 5장 21~24절
21 에녹은 육십오 세에 므두셀라를 낳았고
22 므두셀라를 낳은 후 삼백 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들을 낳았으며
23 그는 삼백육십오 세를 살았더라
24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
2024년이 시작됩니다.
컴퓨터가 '2000'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는 밀레니엄 버그도 오래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시간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것에 비해 우리의 신앙은 전진, 후진, 멈춤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1월 1일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신앙적 결심과 결단의 시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까를로스 오르띠즈 목사님의 '주님과 동행하십니까?'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의 1장이 ‘만난 갓난아기 신자’입니다.
기분 나쁜 제목이지만 수긍이 가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성도로서 경력(?)이 꽤 됐지만 성장이 너무 더디고 심지어 제목처럼 갓난아기 성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과 동행한다면 자연스럽게 성장해야 하는데 우리의 모습이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동행은 말 그대로 함께 가는 것입니다. '일정한 곳으로 길을 같이 가거나 오거나 함'이라고 합니다.
하나님과 함께 가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리고 그 필수과목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늘 읽은 본문에서 나오는 '에녹'입니다.
성경에서 에녹을 많이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에녹을 살펴볼 수 있는 성경본문은 창세기 5장 21-24절과 히브리서 11장 5절입니다.
창세기와 히브리서를 통해 살펴보면 에녹은 하나님과 동행했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자입니다.
또한 죽지 않고 승천한 사람입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동행했다고 표현한 사람은 단 두 명입니다. 에녹과 노아입니다. 그리고 승천한 사람도 예수님을 빼고 엘리야와 에녹입니다.
종합해서 보면 3백 년 동안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승천한 사람은 성경에서 유일하게 에녹 한 명뿐입니다.
최고의 칭찬을 받은 사람이죠.
그렇다면 "동행, 기쁨, 승천" 이 3 단어로 압축해서 말할 수 있는 에녹은 어떠한 일을 잘했을까요? 다른 말로 어떤 업적들을 남겼을까요?
이상한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그의 행적을 이야기한 성경을 찾을 수 없습니다.
에녹에 대하여 언급한 성경은 총 8절입니다.
창세기 5장에서 4절, 역대상 1장과 누가복음 3장 족보에서 1번씩, 히브리서 11장과 유다서에서 잠시 이름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에녹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좀 전에 말한 창세기와 히브리서 두 군데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했고 하나님께서 그를 데려가셨다. 그리고 자녀도 낳았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에녹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승천이라는 단어와 항상 붙어 다니지만 에녹에 대해 모르는 성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성도들이 많이 기억하는 사람은 신앙도 좋지만 활약상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노아, 아브라함, 모세, 다윗, 베드로, 바울 등 이름만 이야기하면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몇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녹은 '동행, 기쁨, 승천' 3 단어 말고 말할 것이 없습니다.
굳이 이야기한다면 에녹의 아들이 므두셀라고 그가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다. 이 정도입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성경에 기록이 없을까요?
추측이지만 그는 업적이라고 이야기할 거리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방주, 홍해 등의 기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서 그의 삶이 지극히 평범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평범이라는 말은 그냥 삶에 큰 기복 없이 결혼하고 자녀 낳고, 이야기가 될 만한 고난도 큰 업적도 없이 하루하루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았지만 그의 평범은 비범입니다.
그의 평범에 하나님이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큰 업적을 좋아합니다. 신앙에 있어서도 뜨거움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한 번에 불타오르기보다는 뚝배기 같은 신앙이 좋습니다.
사실 그것이 더 어렵습니다.
은혜받아서 한 번에 성경 50장을 읽을 수는 있지만 매일 3장씩 읽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한 번에 거액의 헌금을 하는 것보다 매달 십일조를 드리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큰일이 생겨 하나님을 찾고 새벽기도도 하는 것보다 매일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에녹의 평범 속의 비범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고 더 특별한 것은 동행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좋아하시는 것은 한순간의 뜨거움, 열정, 어떤 특별한 일을 이루어내는 것보다는 하나님과 늘 동행하면서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에녹은 뒤에 나오는 노아, 아브라함, 야곱, 이삭, 요셉, 모세 같은 인물에 비해서 남긴 업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를 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흡족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2024년 하나님과 동행하십시오.
물론 그저 같이 동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을 기쁘시게 하며 동행하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마치 남편, 아내, 자녀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매일 섬기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인정하는 말, 함께 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사랑을 느끼는 것을 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하고 그것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행하는 것입니다.
신학교를 다닐 때 구약학자 고 김희보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에녹이 하나님과 늘 동행합니다.
말 그대로 함께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매일매일 길을 함께 걸으며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매일...
노을이 지기 시작합니다.
헤어질 때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에녹에게 이야기합니다.
“에녹아? 너 그냥 우리 집에 가서 살자”
그래서 에녹이 하나님 집에 가서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상상입니다.
하지만 승천한 에녹의 이야기 속에서 에녹과 동행하시는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에녹은 평범하고 큰 업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더 뛰어난 일을 해냅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들었고, 하나님께서 같이 살고 싶었고, 하나님 집에 갔다는 것입니다.
그 비결이 바로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을 기쁘게 했다는 것입니다.
2024년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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