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앙

"해야 합니다!"

소리유리 2024. 10. 2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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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예배 시간 장로님의 대표기도는 오래전 어떤 장로님의 기도를 생각나게 했다.

오래전 연세가 많은 그분의 대표기도는 늘 공격적이었다. 
하나님께?
아니 기도를 듣는 우리들에게 공격적이었다.

가르치고, 지적하고, 해야 할 일들을 명령했다.
그분의 대표기도에서 반복되는 문장은 '해야 합니다!'였다.

그분의 대표기도를 들으면 뭔가 큰 잘못을 하고 선생님께 혼나는 것 같았다.
'해야 합니다!'를 아주 강력하게 외치던 장로님의 비난, 비판은 점점 더 강해졌었다.

... 지난번 대표기도는 그때 그분의 기도를 생각나게 하는 기도였다.
이분의 기도도 듣다 보니 하나님을 향한 기도가 아닌 우리를 향한 조언, 훈계, 충고 그리고 명령이다.

기도의 본질을 잃어버린 기도다.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우월성을 말하는 기도다.
아니 엄밀히 말해 기도가 아니다.
웅변, 연설이다.
그리고 자기 자랑이다.

아주 오래전 신학대학원 채플시간에 대표기도를 하신 한 여교수님의 기도가 생각난다.
조용한 목소리로 차분차분 속삭이듯이 하신 기도에 귀를 기울였고, 그분의 기도가 마치 내 기도인양 하나님을 바라보게 했다.

참 어려운 것이 대표기도다.
하지만 참 쉬운 것이 대표기도이기도 하다.
기도를 듣는 대상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한다면 쉽다.
공동체를 대표해서 하나님께 기도한다.
공동체가 듣긴 하지만 하나님을 대신하지 않는다.

'해야 합니다'를 반복하며 기도할 필요는 없다.
하나님께 '해야 합니다'란 말은 이상하다.
자신의 결단, 결심의 표현도 아니다.
의지의 표현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대표기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기도는 하나님께 하는 것이다.
당연하고 지극히 평범한 진리다.

대표기도하는 장로님의 기도시간이 예전 교장선생님의 오전 조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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