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마중물"

소리유리 2024. 3. 5. 15:32
728x90
반응형

다음 주 외부에 나갈 일이 있다.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라 그동안 무성하게 자란 머리를 벌초해야 한다. 

산책 코스를 단골 '블루클럽'이 있는 상암동으로 잡았다. 

머리벌초 후에 홍제폭포에 가서 해야 할 일을 할 예정이다. 

 

남성전용헤어숍 블루클럽에 도착했다. 

슬쩍 바깥에서 안을 살펴보니 사람이 많다. 

한 바퀴 더 돌고 들어간다. 

 

근처에 붕어빵 파는 곳이 있다. 

근처에서 제일 저렴하고 맛도 있고 친절한 곳이다. 

천 원에 3마리다.

팥과 슈크림 가격이 동일한다. 

한국우진학교 옆에 있다. 

절대 협찬이나 부탁받지 않았음을 알린다. 

 

 

블루클럽에 다시 간다. 

어? 내 전용 미용사가 없다. 

늘 부탁하는 분이 있다. 

여쭤보니 화, 수 휴가라고 한다. 

목요일 가기로 하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홍제폭포가 아닌 아내 '마중물'에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아내와 집에서 점심을 먹고 칼라스 더치커피로 카페라테를 해서 먹는다. 

아내에게 라테 만드는 레시피를 말해도 내가 타줘야 맛있다고 한다. 

예상하기론 내가 만든 것이라기보다 자신이 만들지 않은 것이 더 맛있다는 진리 때문인 듯싶다.  

 

음... 팔목이 허전하다. 

미밴드가 없어졌다. 

핸드폰으로 밴드를 잡아보면 어딘가 있는 거 같은데 안 보인다. 

이리저리 찾아본다. 

정말 열심히 찾는다. 

 

아내가 한 마디 한다. 

'열심히 더 찾으려고 하면 안 보이는 거야'

저주하지 말고 같이 찾아달라고 한다.

안 보인다.

더 열심히... 

 

포기한다. 

아내 말대로 언젠가 나타나면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한다. 

손목이 허전하다.

대용으로 다른 시계를 손목에 찬다. 

 

 

아내 '마중물 언어심리연구소'에 왔다. 

데스크에 앉아서 대충 사진을 찍는다. 

오늘 여기서 할 일도 하고 글도 쓸 생각이다.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

'우리 아이들에게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마중물의 의미이다.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

펌프를 통해 콸콸 쏟아지는 물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쏟아지는 물을 위해 먼저 부어져야 하는 한 바가지 정도의 적은 물. 

기껏 한 바가지 정도지만 아주 귀한 물이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되려고 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다만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그 물의 가치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콸콸 쏟아지는 물을 위해 꼭 필요한 물이다. 

그래서 절대로 양을 보며 우습게 여기면 안 된다. 

 

하지만 사회에서 그리고 그곳에선 그러한 일들이 일어난다. 

보이는 양이 더 중요하다. 

이번에 절실히 느꼈다. 

... 그래도 마중물이란 말이 좋다. 

 

아내가 일하는 이곳이 마중물이 되고...

사람도 그런 사람이 되길...

그 가치를 모두가 알아줄 날이 언젠가는 꼭 오리라 믿는다. 

 

그날이 그분이 오시는 날이 된다고 하더라도... 

LIST

'오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반전"  (0) 2024.03.06
"쌤쌤"  (0) 2024.03.06
"참 많다..."  (0) 2024.03.04
"아내가 화났다!"  (1) 2024.03.03
"다시 얼은 폭포"  (1) 2024.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