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본인이나..."

소리유리 2024. 2. 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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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쉬고 있는 나를 대신해 아내가 열심히 일한다. 

피곤한 아내에게 모닝커피는 필수다. 

 

아침 반찬으로 팽이버섯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팽이버섯을 넣은 어묵볶음'을 간단하게 하고 아이들을 깨운다. 

첫째는 오늘 학원 가기 전에 병원에 잠시 간다.

귀가 아프다고 하는데 이상은 없다. 

감기 때문인 듯하다고 한다. 

 

학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멀리 보이는 산이 좋다. 

오늘 공기가 좋아서 시계가 좋다.

또렷하게 잘 보인다. 

 

 

둘째 피아노 선생님이 오셨다. 둘째 시간이 날 때 선생님과 시간을 맞춘다.

알고 지낸 지 오래됐다. 

지금 우리가 다니는 교회에서 지휘도 하시는 좋은 분이다.  

선생님께도 커피 한 잔 내려드리고 산책길로 나선다. 

둘째가 빨리 나가라고 재촉한다. 

본인 피아노 치는 것을 보여주기 쑥스러워한다. 

 

날이 좋다. 

어제는 설경이 좋았는데 오늘은 파란 하늘이 좋다. 

햇볕이 좋다. 

둘째 책도 반납할 겸 바로 아름인도서관에 들어왔다. 

 

 

... 그곳에 있는 분과 잠시 통화했다.

주일에 방언을 이야기하며 질서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마도 고린도전서에 있는 '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 있게 하라'(고전 14:40)는 구절인 듯싶다. 

그분은 이게 무슨 강아지 이야기냐며 말과 화를 높이신다.

 

목사도 죄를 짓는다. 

그리고 종종 그 죄와 관련된 설교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어색하다. 당당하지 못하다.

웬만하면 넘기고 싶다.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부모님께 화를 내기도 하고 다투기도 한다. 

때마침 5월. 

그러나 부모를 공경하라는 설교를 하기 어렵다. 

가장 성경적이고 이론적인 말만 하게 된다. 

성도는 메시지만 듣는 것이 아니라 메신저와 함께 듣고 본다. 

메시지답게 살지 못하는 메신저로 당당하지 못하다. 

 

신학교 때 한 교수님이 계셨다. 

그분은 기숙사 담당의 사목이셨다.

그래서 학생들과 갈등이 많았다. 

신학교는 수업 전에 항상 예배를 드렸다. 

설교는 교수님들이 돌아가서면서 하신다. 

마친 그분이 설교를 맡으셨다. 

 

교수님이 설교와 함께 학생들에게 책망하신다.   

요점은 '절제하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던 그분은 예배 끝날 시간이 지났는데도 절제하지 못하고 계속 설교를 이어갔다.

수업시작 시간이 한참 지났다.

첫 교시는 전학생이 지각이다.   

예배가 끝난 후에 우리는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본인이나 좀 절제하지...'

 

나와 통화한 그분도 똑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본인이나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하지...'

이전에 쓴 글이 있다. 

'당당한 사회'다. 그리고 당당한 사람이다. 

씁쓸하다. 

 

답답해하는 그분께 말했다. 

나와 나의 가족만 그렇지 그곳은 우릴 잊고 별일 없이 잘 돌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나와 관계된 것은 망각하고 당당하게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 있게 하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왠지 그곳에 남겨진 답답해하는 분들께 미안하다. 

모르고 있다면 그냥 지나갈 수 있는데...

알게 된 이상 자꾸 보이고 신경 쓰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분들을 위해 기도도 하지만 답답할 때 오시면 홍제폭포로 함께 산책하며 대나무숲이 되어드릴 수 있다는 것 정도...

다리가 아픈 분은 그냥 집에서 커피 내려드리는 정도...

 

오늘도 반이 지났다. 

다들 행복한 남은 오늘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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