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오랜만에 경의선숲길을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가는 길에 보니 이 길 좌우에 있는 가게들도 변화가 있다.
사라지고 새로 생기고, 공사 중이다.
예전에 말한 로봇이 튀기는 치킨 집은 여전히 있다.
멀리 로봇손이 보인다.
공덕오거리를 지나 경의선숲길 커뮤니티센터에 도착했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사람은 없다.
키즈존도 있다.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다.
어제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는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곳에 오니 생각이 났다.
B형 간염 접종이 어제였는데... 병원이 이 근처다.
아직 병원 끝날 시간은 아니다.
방향을 돌린다.
후다닥 접종을 마친다.
어제는 그렇게 생각이 나지 않더니만...
그래도 병원 근처 와서 생각나니 다행이다.
종종 그렇다.
뭔가 생각나지 않아 억지로 생각하려 해도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잊어버린 그 생각이 떠오른다.
오늘처럼 말이다.
기억이라는 것, 생각이라는 것이 참 그렇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기억하기 싫은 것, 기억하고 싶은 것!
생각하기 싫은 것, 생각하고 싶은 것!
내 머릿속에서 불쑥불쑥 내 의지와 상관없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잠재적인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조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조절한다고 해서 즐겁고, 편안할 것 같지 않다.
의식하지 않고 오는 기억과 생각들이 자연스러운 삶을 만들어 낸다.
그 기억과 생각이 즐거움과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고통과 아픔을 주기도 한다.
그것이 지나고 보면 나쁘지 않다.
물론 지나고 보면이다.
아무 굴곡 없는 생활이 아니다.
기억과 생각으로 인한 굴곡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생기를 주기도 한다.
... 중요한 것은 하루 늦었지만 접종을 잘 마쳤다.
불쑥 기억나서 다행인 하루다.
이제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