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빵 & 전화 & 카톡 & 문자 & 사과 그리고 감사"

소리유리 2023. 12. 1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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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한다.
아내가 일찍 출근한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고 나도 일찍 길에 나선다.
책과 노트북을 넣은 가방을 메고 물병과 점심에 먹을 빵도 데우고..

아내 지인이 빵을 선물해 주셨다. 상암동에서 '더브래드팬트리'라는 유명한 빵집인데 맛도 좋고 무엇보다 소화도 잘 된다.
감사하다!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오늘은 경의선숲길이다.
 

 
커뮤니티센터에 도착했다.
산책드로잉 시민작품 전시회를 한다. 며칠 전에도 하는 걸 알았지만 한 번 구경해 본다. 
소소한 전시가 재밌다. 작품도 좋다. 미술을 잘 모르지만 나는 그냥 보기에 좋은 것을 좋아한다!
 

 
늘 앉던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다.
상관없다. 정해진 자리도 아니고 전기코드만 가까이 있으면 된다.

노트북을 켜고 쓰던 글을 이어간다.
전화가 온다. 밖으로 나가 통화한다.
반가운 전화다.
내 글을 읽으셨다. 달력을 내버리신 장모님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다는 말에 나도 속상해서 울컥한다.
가슴 아프다. 이번일로 가정에 미친 여파가 크다.

... 아내는 '굳이 그렇게 안 해도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왜 그러셨을까?'라고 말한다.
사실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처음부터 말했다. 49:51이라고...
결과는 예측도 해보고 준비했지만 과정과 사람을 예측 못해 가정에 미치는 여파가 너무 크다.

그분과 대화하며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마음이 조금 풀린다.
가정에 미친 여파까지 생각하며 공감해 주신 그 마음에 감사하다.
그분께 무심코 묻는다.
이 정도로 생각하고 제 가정까지 걱정해 주시는 분이 또 있을까.. 잘못에 대해 분노하는 분이 더 있을까..
잘 모르지만 많이, 거의 없는 듯하다.

유행한다는 멋진 말을 하신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지연되지 않은, 지금 이 시대에 실현되는 정의가 오리라 믿고 싶다.

다시 들어와 조심스럽게 점심을 먹으며 글을 쓴다.
한 편을 쓰고 요즘 읽는 책을 정리해서 또 글을 쓴다
 
문득 카톡으로 호주에 있는 제자에게 어제 출연한(?) 글을 보내준다. 
이곳은 비 오고 좀 춥다고 하니까 그곳은 36도의 뜨거운 날씨라고 하면서 잠을 잘 못 자는 나를 걱정해 준다. 
마그네슘이 좋다고 보내준다고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일단 주소 보내라고 또 말한다. 
마그네슘이 있다고 하면서 괜찮다고 하니까 이번엔 아이들 간식이라도 소소하게 보내준다고...
못 이기는척하면 주소를 보낸다. 
왠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기왕 보내는 거 반려동물로 키우게 코알라나 캥거루 보내라고 겸연쩍게 한 마디 해본다. 
도고기도 한다는 제자가 고맙고 감사하다. 
 
... 또 전화다. 둘째가 친구를 집으로 데려온다고 한다. 
... 또 전화다. 센터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에 끊긴다. 카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전한다. 
 
이제 정리하고 친구와 함께 있는 둘째에게 가려고 나선다. 
돌아가는 길에 문자가 온다. 사적인 문자..
좀 전에 많이 없는 듯하다고, 거의 없다고 했는데...  감사하게 또 있다.
문자 가운데 마음이 느껴진다. 힘이 된다.
위로와 응원이 된다.

 
집에 도착하니 대구에 계신 아내 지인이 사과를 한 박스 보내주셨다. 싱싱하다. 맛있어 보인다. 
나도 아내를 통해 그분을 알게 되었다. 댁에 놀러 간 적도 있다. 자상하고 너무 좋으신 분이다.
... 또 감사하다. 
 
문득 오직 나만 남았다고 항변하는 엘리야에게 7천 명이 더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오늘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감사한 것들 무엇보다 감사한 사람들이 있다. 
 
아직 남겨진 오늘.  또 감사의 것이 더 있을까?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욕심이라 해도 부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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