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때리면 아프다!"

소리유리 2024. 6. 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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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에 잠시 쉰다. 

안방에 혼자 있는데 벌컥 둘째가 들어온다. 

안경을 두 손에 하나씩 들고 들어온다. 

분리되었다는 뜻이다. 

 

안경을 닦는데 분리되었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말을 한다. 

추측해 본다. 

안경알을 닦으면서 반대쪽 편을 잡고 세게 닦은 거 아니냐는 말에 그렇다며 어떻게 알았냐며 놀란다.  

부러진 부분을 보니 한 번에 이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이거 아무래도 여러번 휘어졌다 폈다 하지 않았냐는 말에도 놀란 표정으로 그렇다고 한다. 

 

둘째는 안경이 이렇게 부러질지 몰랐다고 한다. 

나는 둘째의 어깨를 슬쩍 때리면서 아프냐고 묻는다. 

아프다는 말에 때리면 아픈 것과 똑같다고 말한다. 

때리면 아픈 것처럼 반대쪽을 잡고 안경알 닦으면 그렇고, 여러번 테가 휘고 피고 하면 부러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동네 안경점에 간다. 

검안을 한다. 

약간 나빠졌다고 한다. 

 

테는 가장 저렴한 코너에서 고르라고 한다. 

새 안경을 쓰고는 새로운 세상이라고 좋아한다. 

다음엔 니 용돈에서 하라고 협박한다. 

 

... 원인과 결과를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인데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도리어 왜? 라는 질문을 받는다. 

때리면 아픈거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힘들고, 떠나기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찌르면 아프고, 칼을 휘두르면 상처를 입는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모습을 보며 이해가 가지 않는 듯이 말하는 것은 가증스럽다. 

 

사람은 그렇다. 

때리면 아프다.

또한 당연히 앞에 선 자가 잘못하면 따라가는 사람들은 다 힘들다. 

 

... 안경을 닦을 때 그렇게 닦으면 안된다고 가르친다. 

이번 안경분리 사건(?)으로 둘째는 당연한 이치를 배웠다. 

이제 둘째가 그 어떤 이들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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