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눈 가리고 아웅한다... 고식지계(姑息之計)"

소리유리 2024. 4. 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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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일어나기 싫은 기상시간이다.
아이들이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면 돌아다니며 중단을 누른다.
시간을 알려주고 깨운다.

단번에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몇 분만'을 연발하며 조금이라도 늦게 일어나려는 의지를 잠결에 표현한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어떤 것보다 잠이 좋다.
무엇과도 바꿀 수 최고의 가치다.

억지로 겨우 일어나 준비한다.
빠듯하게 준비해서 정신없이 간다.
아침 전쟁을 치른 뒤, 방은 폭탄 터진 후의 모습 같다.

대충 정리해 줄 때도 있고, 한 마디 하기 위해 현 상태를 보존(?)할 때도 있다.
매번 말하지만 매번 잘 고쳐지지는 않는다.
둘이 한 방을 쓰다가 각자의 방이 생기면 청결을 유지한다고 했었는데...


내가 무엇을 하고 나서 다른 사람이 뒷정리하지 않게 하라고 늘 말한다.
자신이 한 것에 대해 누군가 다시 하는 수고를 하지 않게...
가끔 치우라고 하면 최종 정착지(?)가 아닌 이동(?)만 잠시 한다.
처음에 갔다 놓을 때 본래 있을 곳이 아니라 잠시 눈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오래전에 그냥 폭탄도 아닌 핵폭탄을 맞은 듯한 참사에 나도 폭발했다.
정리하라는 호통에 아이들이 물건들을 숨기기 시작한다.
'정리'가 아닌 '숨기기'다.

뻔히 보인다.
깨끗해 보일 뿐 여기저기 잔해들을 숨겨놨다.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말라'라고 말한다.
이어서 큰 소리가 나가야 하는데...

순진한 눈으로 '그게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다.
설명하는 순간 전쟁은 끝났다.
그냥 그렇게 그날은 어물쩍 넘어갔다.
설명과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으로...

생각난 김에 오늘은 정확한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본다.
나무위키에 이렇게 나와있다.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말. 또는 다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하는 때도 쓰인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가 치우면서 "아옹!(또는 까꿍)"하는 놀이인 아옹 놀이에서 파생된 속담이다"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하는 '아주' 나쁜 행위다.

'아주'라고 강조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다. 

속이는 것, 거짓말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또 생각할만한 설명이 있다.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하는 때도 쓰인다"
한 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 해준다'라는 말이다.
알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분명 속이는 나쁜 행동이지만 어쩐 일인지 짐짓 모른 척한다. 

왜? 

늘 하던 속임수라서?

말해도 소용없으니까? 

말하기 귀찮아서? 

 

각자 사연을 다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 

좋은 선택은 결코 아니다. 

나쁜 행동을 눈 감아주면 그 사람에게 그것이 습관이 된다. 

습관은 그 사람의 자체가 된다. 

 

둘 다 나쁘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사람'이나 '눈 가리고 아웅 해주는 사람'이나..

습관이 되어 버린 속임수에 속임수를 그냥 진짜로 받아주는 사람..

결과는 한 사람을 영원히 망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으로 주변 사람은 많은 피해를 당한다. 

또한 받아주는 사람도 서서히 물들어간다. 

 

"고식지계"(姑息之計)란 말이 있다.

'임시방편으로 당장 편한 것을 택하는 꾀나 방법'이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와 비슷한 의미다. 

 

'임시방편, 당장'이다. 

장기적으로 앞 날을 보면서 선택할 일이 아니다. 

임시방편으로 당장 편한 방법을 선택해서 이 순간만 넘기자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나 '고식지계'나 시간이 지나가면 들통난다. 

난 한 번도 들킨 적이 없어라고 장담하는 것은 그 사람은 늘 그렇게 하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알기 때문이다. 

공범자다. 

심하게 부역자다.

 

잠시, 임시방편으로 눈 가리고 아웅은 되지만 결국 다 드러나게 된다. 

눈 가리고 아웅 해준 것이 결코 선의가 아니다. 

결국 둘 다 같은 사람이 된다. 

 

... 오늘도 둘 다 바쁜 하루다.

하지만 오늘은 자기 전에 대충 방을 치우라고 해야겠다. 

물론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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