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곳의 한 분께 카톡이 온다.
긴 카톡이다.
긴 시간 함께 잘 지내던 분인데...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다.
긴 글을 읽다가 안타까움에 잠시 시선을 멈춘다.
지인 중에 한 분이 이번 일로 '교회 은퇴'하셨다고...
처음 들어보는 은퇴다.
그리고 있어서는 절대 안 될 은퇴다.
'은퇴'라는 말은 '맡은 바 직책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서 한가로이 지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회에서 맡은 바 직분, 자리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 버리는 일을 '교회 은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직분, 자리에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자체를 은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직분, 자리에서 은퇴하면 그래도 그곳을 계속 다닐 수 있다.
은퇴, 원로라는 말을 붙여 도리어 대우해 준다.
하지만 그곳 자체를 은퇴한다면...
자꾸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하나님 손에 그냥 맡길 수 없었을까?
불의, 부정, 거짓, 불공정을 할 정도의 정당성이 뭘까?
...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교회 은퇴'를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해야만 하는 이유가 그들에게, 그 사람에게 없다.
아직도 내가 먼저 연락하는 옛 분들은 없다.
오는 연락은 반갑고, 반갑게 받지만 아직도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아주 간간히 내게 전해주는 소식은 '교회 은퇴'와 관련된 일들이 많다.
속상하다. 안타깝고 슬프다.
그리고 화가 난다.
한 영혼이 귀하고, 한 사람을 위해 빛을 밝힌다는 그곳이...
얼마 전 연락 온 분도 이번 일로 '교회 은퇴'하신 분이다.
그분은 이 일을 진작에 눈치채고 바로 그날로 '교회 은퇴'를 선언하고 은퇴하셨다.
'교회 은퇴'...
물론 극소수일 거라 생각한다.
난 그곳 상황을 모른다.
지금도 극소수만 은퇴하고 속상해하고, 그곳은 큰 혼란 없이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다만 옳지 못한 결정과 판단으로 그곳 이름의 의미는 이미 상실했다.
선거를 앞두고 돌아가는 정치판이 지저분하다고들 한다.
그곳은?
비교해서 결코 낫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속상하다.
마음이 아프다.
'교회 은퇴'란 말은 당치 않다.
있어서는 안 될 말이다.
그곳의 사정을 알기에 굳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진짜 좋은 곳을 만나길 기도할 뿐이다.
내가 당한 것도 분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보다 '교회 은퇴'의 기괴한 단어를 만들어버린 그곳과 그 사람이 참 원망스럽다.
그냥 그분 들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중에 진짜 혼날 텐데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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