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소리유리 2024. 2. 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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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이다.
새벽에 또 약간 올라온다.
첫째가 어젯밤 늦게 '페양구 야끼소바 컵라면'이라는 것을 먹길래 처음 보는 거라 맛이 어떤가 먹었는데...


내 입맛은 아니다.
짜다.
첫째가 마요네즈 넣어서 짠맛을 덜하게 했는데도 짜다.
그리고 마요네즈 때문에 느끼하다.
아마도 그게 속을 불편하게 했는지...
그리고 주일이 되면 신경 써서 그런지 이때쯤 거의 올라온다.

약을 먹는다.
빨리 먹는 게 그래도 진정효과가 있는 것 같다.
뒤척이다가 아이들을 깨운다.
아이들을 교회에 태워주고 온다.

좀 가라앉았다.
지금은 졸리지 않는데 이따가 잠이 올 것 같다.
'주일, 예배'가 더 좋고 기쁜 날인데 지금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지난번 만났던 분이 생각난다.
살면서 몇 번 사기를 당했는데 모두 목사라는...
그래도 그분은 지금까지 아주 열심히 다니신다.
존경스럽다.
나름 트라우마가 생길만한데 그래도 신앙과 목사라는 사람은 별개의 것임을 몸소 보여주신다.

그곳에서 이번 일로 또 교회에 발걸음을 멈춘 분의 소식을 들었다.
안타깝다. 그리고 공감된다. 이해된다.
목사인 나도 힘든데...

잊고 살려 노력하지만 '주일, 예배' 때면 더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에 들은 그분도 그곳에 가서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기도 민망하고, 말을 듣는 것도 어이없고 답답할 것이다.

신약에 외식하는 자들에 대해 책망하는 말씀이 많이 나온다.
내게 그럴 자격은 없지만 그렇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그러면 절대 안 된다'라고 큰 소리로 책망한다.
상상은 자유라고 하니까.
시간이 갈수록 내가 당한 것 자체보다 본질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

오래전에 본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의 대사가 생각난다.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찾아본다.
명대사에 있다.

“... 사람이 무고한 사람을 누군가를 놀리기 위해 죽여서는 절대 안 된다.
이럴 순 없는 거다.
나도 안다.
기계공고 다닐 때 컨닝해서 꼴등에서 두 번째 했던 나도 안다.
우리 동네 똥쟁이 종수라고 있었다.
그 종수한테 물어봐도 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장난으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그리고 더욱더 교회가, 목사가, 장로가 그러면 안 된다.
영화에 나오는 살인 보다 더 큰 문제다.
영혼을 살리는 곳이 그러면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공공의 적 대사가 교회를 향해 외쳐진다면 강제로 입막음을 당할 것이다.
장모님과 처형, 이야기를 들은 지인 중 몇 명, 그곳에 있는 몇 명...
영혼을 살려야 할 그곳에서 상처받고, 그곳을  떠나고, 혹  온라인으로 돌아선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을 한 결과들이다.

본인이 다 감당한다고 장담하지만 무슨 방법으로 타인의 영혼의 문제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가장 쉬운 방법은 망각이다.
상처받고, 떠나고, 온라인으로 돌아선 사람...
이러한 일로 시험받은 사람들...
잊으면 된다.
나와 가족이 잊히듯 비슷한 상황에 있는 모든 이들을 잊으면 된다.
또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질 기대를 하며 골치 아픈 사람은 없는 사람 취급하면 된다.

본인이 감당(?)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그 일에 책임을 지거나 용서를 빌거나 잘못을 인정할 일을 절대 없다.
가장 쉽고 간단한 망각을 이용한다.
없던 일이 된다.
일도 사람도 그동안의 시간도...

공공의 적 대사처럼 언젠가 그곳에서도 외쳐질 때가 있을까?
그런 일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곳을 만드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그래도 교회가, 목사가, 장로가, 하나님을 아는 사람들이 그러면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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