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영광 제자'

소리유리 2024. 2. 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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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구이' 글에 댓글이 달렸다.


영광에 사는 구독자?
영광이면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영광이 고향인 제자가 있다.
하지만 서울에 살고, 말투도 아닌 듯싶다.
연락한 지 오래됐다.

아내에게 옛곳 사람 중에 영광 출신 있나 물어본다.
나보다 그곳 사람들 사정을 잘 모르는 아내는 '혹시 광고 아니야?'라고 되묻는다.

머리에 다이아몬드가 있는 국내산 굴비를 팔기 위한 광고?
선물을 가장한 판매?

티스토리에 들어가 본다.
아무것도 없다.
구독을 위해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광고는 아닌 것 같다.
답글로 '정체를 모르겠네요ㅜㅜ'라고 달아본다.

어제 답글에 답글이 달렸다.
딱 떠오르는 사람이 맞았다.
몇 년 전에 영광으로 컴백홈 했다고 한다.

순수하고 착한 제자다.
카톡으로 말문을 열어본다.
바로 답이 온다.
여전하다.
오랜만에 대화지만 긴 공백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긴다.

건강 등 안부를 서로 물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주소를 묻는다.
말을 한 번 돌린다.
또 묻는다.
아내에게 말한다. 자꾸 주소 묻는다고...
아내는 쿨하게 레드향 보내주자고 한다.
주소를 말하고 주소를 묻는다.

아내 제주도 친구가 레드향을 한다.
유기농으로 하는데 맛이 좋다. 
주문하면 바로 수확해서 보낸다. 
가격은 싼 편이 아니지만 맛은 보장한다. 
레드향 홍보하는 것 같다. 
 
홍보하는 김에... 
레드향 하는 그분이 혹 도와줄 곳이 있냐고 예전에 물었다. 
아는 그룹홈을 소개해줬다. 
벌써 몇 년째 그곳에 노지귤과 레드향을 보내고 있다. 
착하고 좋은 분이다. 
 
... 다시 영광 이야기로
영광에서 몇 년 살다 보니 서울에 오면 서울이 고향 같다고 한다. 
20년을 서울에서 살면서 치열하게 살고 아픔도 있고 고맙고 아름다운 추억도 있다고 한다. 
내가 영광에 가든 제자가 서울에 오든 서로 대접하고 관광시켜 주기로 했다. 
 
고향인 영광에 내려가서 서울을 생각할 때 붙는 '20년 살아온 고향' 
20년이란 시간의 공통점이 있지만 사정이 너무 다르다.  
타향이지만 20년간 살면서 고향으로 느껴지는 곳이 있고, 
고향처럼 생각했지만 20년의 끝에 돌아보기도 싫은 타향이 있다.  
 
... 영광 제자가 학생 때의 일이다. 
명절에 고향을 가는 제자에게 '굴비나 사 와'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 
고향 다녀온 제자가 굴비가 아닌 감을 준다. 
굴비는 비싸서 자신들도 못 먹고 감을 영광에서 가져왔다. 
먹어보니 심하게 떫다. 
 
그 기억을 잠시 이야기해 본다. 
영광 제자가 말한다. 
"와 그래도 예전에 저는 아주아주 순수했네요. 그래도 그거 귀한 거라고 갖고 갔던 게 생생함 ㅎㅎㅎ'
 
지금도 순수하다고 이야기해 준다. 
비싼 굴비보다 떫은 감이기에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이제 비싼 굴비를 보내준다고 하는 제자가 고맙다. 
 
비싸서 고맙고 생각해 주는 마음이 더 고맙다. 
그래도 그때 떫은 감이 조만간 오게 될 다이아몬드 굴비보다 더 비싸게 느껴진다. 
이제 또 서재 청소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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