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3층에 사는 이웃이다.
올라가 보니 현관문 틀에 페인트 칠하고 남은 것을 주신다.
4층도 칠했고 2층에 사는 우리들에게 붓, 페인트, 신나, 장갑 등을 전해주신다.
그리고 오늘 낮에 옆집과 우리 집 페인트칠을 한다.
틀만 칠해서 일이 금방 끝난다.
깔끔해졌다.
학교에서 온 둘째가 페인트칠 잘했다며 칭찬(?)해준다.
... 학원에 데려다준 둘째에게 카톡이 온다.
아직 수업 중인데?
잠시 쉬는 시간 급하게 연락을 한다.
제빵, 제과에 관심 많은 둘째다.
지난번 집에 있는 유리로 된 둥근 광파오븐을 내가 깼다.
광파오븐을 잘 사용하던 둘째는 쿠키 2개 구우면 꽉 차는 미니오븐을 쓰고 있다.
열전달도 고르지 않다.
나중에 둘째 하는 거 봐서 오븐을 사준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둘째가 당근에 오븐 나눔 알람을 켜놨나 보다.
오븐 나눔 알림이 왔다고 카톡이 온 것이다.
나눔을 올린 곳이 집에서 10분 거리다.
학원 끝나고 둘째와 나눔 오븐을 가지러 간다.
10년 정도 된 오븐인데 상태가 나쁘지 않다.
집에 와서 열심히 닦아 둘째 베란다에 고이 놓는다.
나눔!
당근 나눔을 잘 모르는 아내는 왜 '나눔'을 하냐고 묻는다.
당근에 나눔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한다.
어제는 3층 이웃에게 페인트를 나눔 받았고, 오늘은 당근에서 오븐을 나눔 받았다.
'대가를 받지 않고 표나 물건 등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행위'가 나눔이라고 인터넷 사전에서 말한다.
대가를 받지 않고 남에게 나누어 주는 행위!
사실 아내 말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대가를 받지 않다니! 그것도 남에게!
사역을 하면서 청년들과 바자회를 여러 번 했었다.
청년들에게 기증품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 있다.
'내게 열 개 가치의 물건이 다른 이에게 열 개 이상의 가치를 준다면 그것을 나누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내게 아주 가치가 없는 것을 나눌 수도 있지만, 아직 쓸만하고 새 제품이라도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나눔도 있다.
그리고 내게도 귀하지만 상대방에게 정말 귀하고 꼭 필요한 것을 주는 귀한 나눔도 있다.
나눔이 있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다.
그리고 오늘 페인트, 오븐을 나눔 받았고 그 나눔이 다시 나눔으로 더 퍼져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사도행전 20장
35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모두가 복 받는 세상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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