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창작

"무제 7 - 단씨"

소리유리 2024. 3. 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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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다들 누군가를 보며 힐긋거린다.
'단'씨다.

단씨는 이곳에서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다.
천씨 외엔 모두가 단씨 아래에 존재한다.
물론 전적으로 단씨만의 생각이다.
모든 이들은 그의 명령과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것 또한 그만의 생각이다.

사람들은 단씨와 엮이기 싫어한다.
기피대상이다.
그런 면에서  '경'씨와 1, 2위를 다툰다.
경씨에겐 비호세력이 있다.

천씨도 경씨에 대해선 한 수 접는다. 

그는 이곳에서 유일한 치외법권이 적용되는 사람이다. 
경씨는 추후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한다.

오늘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은 단씨가 중요한 일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술이 필요하고 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단씨에게 기술과 능력이 없다.

게다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  

하지만 천씨가 사람들에게 선포했다. 

중요한 일을 단씨에게 맡긴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하지만 곧 잦아든다. 

천씨가 선포한 이상 결정이 번복되진 않는다.  

문제는 이제 단씨와 사사건건 부딪힐 일이 걱정이다. 

 

걱정도 잠시 사실 모두 방법은 알고 있다. 

단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하고 싶은데로 하게 내버려 두면 된다.

문제가 생기면? 

천씨가 알아서 한다. 

손해가 생기면?

그것도 천씨가 '장'씨들과 알아서 한다. 

 

사람들은 수군거림을 멈추고 다시 허수아비가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멍하니 시키는 대로 있는 것이 제일 편하고 좋다. 

생각도 필요 없다. 

그게 익숙하다. 

 

그냥 이곳에선 자기주장이 없어야 좋다.

문득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놀란다. 

생각을 없애야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다. 

아니 그렇게 사는 것을 천씨가 좋아한다. 

 

허수아비처럼 살아야 한다. 

단씨?

그가 뭐라든 상관없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결국 모든 것은 천씨가 해 줄 것이다. 

천씨는 늘 옳다. 

그래서 그가 결정한 것은 다 괜찮다. 

설사 그것이 단씨에 대한 것이라도 말이다. 

 

'하'씨는 단씨와 오늘도 또 부딪친다. 

하지만 금방 마음을 내려놓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가 단씨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단씨는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않는 유일한 존재다. 

오늘도 단씨는 보이는 사람들마다 명령과 지적을 한다. 

역시 듣는 이들마다 한 귀로 듣고 재빨리 한 귀로 내보낸다.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을 사실 단씨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씨 삶의 유일한 재미와 기쁨이다. 

오늘도 단씨는 아무 호응도 없는 명령과 지적을 마구 내뱉고 다니고 있다. 

많은 허수아비들은... 아니 사람들은 그냥 두 팔을 벌리고 멍하니 우두커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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