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사역의 시간 속에 유소년부를 지도한 적이 없다. 아이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는 잘못을 지적해도 '제가 뭐요!'라고 더 큰 소리로 당당하게 따지는 아이들을 대할 때다.
그 아이의 당당함은 잘못을 인식 못하는 것에 있다. 자신은 억울하고 잘못이 없고 도리어 지적하는 상대방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인식 못하는 잘못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죄를 인식하지만 죄가 아닌 죄를 만드는 것이다. 분명 잘못이 명확한 죄임에도 죄가 아니게 만드는 기적!
두근거리며 신경쓰이는 나의 잘못과 죄가 한 순간에 안도될 때가 있다. 나 보다 더 큰 잘못과 죄를 저지르는 타인을 목격할 때다.
순식간에 내 잘못과 죄는 녹아내려 별 것 아닌 것이 되버린다. 서로의 합의 아래 잘못과 죄는 단순한 실수 또는 약간의 어색함 정도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더 많은 이들이 모일수록 잘못과 죄는 더 가벼워져 사라지고만다.
한 사람이 죄를 반복하면 큰 죄가 되지만 여러 사람이 비슷한 죄를 같이 범하면 죄가 아닌 죄가 된다.
기적이 일어났다! 나를 괴롭히고 신경쓰이게 만들었던 죄가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그 죄의 용서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관여하신 일이 없으시다는 것, 예수님의 십자가의 보혈이 없어도 죄가 없어졌다는 심각한 사실이다.
애거서 크리스트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추리소설이 있다. 푸아로라는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론적으로 알리바이가 있는 12명이 모두 범인이었다.
범인이 서로 서로가 죄가 죄 아니게 만들었다. 그들은 도리어 자신들이 정당하고 나와 동일한 죄를 범한 서로에게 죄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의 모습이 그렇다. 죄를 죄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적의 공동체...
우리의 공동체가 언제부터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되었을까.. 우리에게 푸아로 탐정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언제나 하나님이 함께 계시고 우리를, 나를 주목하고 계심을 기억하자! 죄는 십자가 없이 용서함 받을 수 없다.
모두가 범인이, 죄인이 되어갈 때 그 속에 들어가 안심하지 말자. 모두의 범주에서 벗어나 그분께 고백하는 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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