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아날로그적 만남"

소리유리 2025. 5. 1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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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중물에 오는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오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사정상 나와 1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도 거부감 없이 나를 잘 따라서 다행이다. 

 

마중물 주차자리가 없어 집에 주차하고 같이 마중물까지 걸어간다. 

손을 꼭 잡고 같이 걸어가지만 대화는 없다. 

아니 나만 말하고 있다. 

마중물에 도착했다. 

 

 

놀이치료실에서 혼자 놀게 한다. 

아니 같이 있지만 함께 놀기 힘들다. 

여기서도 나만 거의 이야기한다. 

혹시나 하는 상황을 예비해 계속 지켜본다. 

 

나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 

이런저런 장난감을 골라주지만 반응은 거의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낸다. 

 

어느새 1시간이 좀 넘게 지났고 아이 아빠가 와서 '감사합니다'는 인사를 하며 아이와 함께 간다. 

오늘 아이와 1시간 반 정도 있었다. 

생소한 시간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조금씩 배워가야겠다. 

 

 

저녁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며칠 전에 '메간'이라는 영화 한 편을 봤다. 

인터넷의 소개글을 잠시 보고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로봇 엔지니어인 이모가 AI 로봇인 작은 소녀 인형 '메간'을 선물해 준다. 

 

그리고 로봇은 아이에게 부모, 친구, 선생 그리고 놀이의 모든 역할을 감당한다. 

아이는 로봇과의 소통으로 모든 소통을 대신한다. 

이제 친구, 이모, 상담가는 불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아이는 로봇과만 소통하려 하고 로봇 하고만 지내려 한다. 

내용 공포물로 폭주하는 로봇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나름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고 한다. 

 

그냥 가볍게 보고 넘어갈 내용은 아니라 생각했다.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현재 스마트폰이 그렇고 AI, ChatGPT가 그렇다. 

로봇과 결합된 놀라운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모른다. 

 

특히 소통에 있어서 더 그렇다. 

점점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더 어색해지고 꺼려질 것이다. 

대신할 스마트폰, AI, ChatGPT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올 '메간'이 있다. 

 

로봇 강아지, 로봇 아이 돌보미, 로봇 친구, 로봇 애인 등 수많은 제품(?)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그 가운데 진짜 사람의 자리는 없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누는 것이 어색해지고 희박해진다. 

직접 만나 말과 마음을 나누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서로의 필요만 나누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무서운 사회다. 

아니 내가 적응하지 못하는 미래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한 소통!

말을 하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기억하고, 서로를 섬기고 나누는 만남!

그런 만남을 '아날로그적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말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느낄 것이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아날로그적 만남'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내가 속한 '함지교'가 그런 만남의 장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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