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꼭 필요했으리라"

소리유리 2026. 6. 10. 18:30

 
오늘 재밌는 일이 있었다.
어제 후원 해지 요청 전화가 왔다.
후원 프로그램에 들어가 바로 해지하려고 했는데, 상태가 ‘출금 중’으로 떠 있었다.
 
내용을 확인해 보니 후원자가 후원 신청 당시 이체일을 5일로 선택해 두었다.
보통 자동이체는 이체일 전후 며칠 동안 수정이 불가하다.
더구나 이체일이 5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5일에 바로 결제되는 것도 아니다.
며칠 뒤 통장에서 출금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제 전화했던 그분이 오늘 다시 연락을 주셨다.
"해지 신청을 했는데 결제가 됐다”며 기분이 상한 목소리였다.
나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바로 해지하려고 했지만 출금 진행 중이라 처리가 안 되었고...
이체일이 5일이라 앞뒤로 2, 3일 정도는 수정이 불가하다...
또한 해지 연락을 주신 날은 이미 이체일이 지난 뒤라 이번 달 후원금은 출금될 수밖에 없었다... 
 
음... 소용이 없다. 
그분은 후원 신청서 작성 당시 이런 안내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미리 알았다면 더 일찍 해지 전화를 했을 것이라며, 이번 달 후원금을 돌려받고 싶다고 하셨다.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린 뒤 전화를 끊었다.
 
이전 담당자에게 물어보았다.
이런 일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후원자가 끝까지 요구하면 사비로 돌려드렸다고 했다.
옆자리의 목사님은 웃으시며 “사비로 드려야 한다고 한번 말해보라”고 하셨다.

다시 전화를 드렸다.
먼저 내가 ‘목사’임을 밝혔다.
그래도 교인에게 목사라고 하면 이야기를 조금 잘 들어줄꺼라는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음...  역시 소용이 없었다.
 
목사님이 하신 말을 그대로 해본다. 
“꼭 받고 싶으시면 제가 사비로 보내드린다고... ”
그분은 원한다고 하셨다.
보내달라고 하셨다.
알겠다고, 보내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후원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면 조목조목 따지고 싶다. 
옆에서 목사님이 후원자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의 지폐 한 장을 주신다. 
괜찮다고 했지만 끝까지 주신다. 
 
이전 담당자 때에도 목사님이 사비로 채워 넣으셨다고 한다.
지폐를 받아 볼펜꽂이에 잘 꽂아 두었다.
돈을 더 보태 목사님들과 점심이나 함께해야겠다.
 
이곳에 와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오늘도 하고 싶은 말, 따지고 싶은 말이 많았다.
 
사실 한마디면 모든 설명이 끝난다.
“5일 이체일, 9일 해지 연락.”
이것 하나로 충분했다.
 
하지만 후원이라는 일 안에서도 묘한 갑을 관계를 요구한다. 
그냥 이번 달 후원금이 "꼭 필요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아니, 그렇게 세뇌시켜 본다. 
 
오늘은 수요설교읽기가 있는 날!
그리고 저녁에는 아내 센터 이삿짐을 옮겨야 한다. 
정신과 마음이 맑고 건강해야 몸도 힘이 난다. 
얼른 잊고, 해야 할 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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