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손해 보는 정직함"

소리유리 2025. 5. 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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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아침부터 많이 온다. 

번개, 천둥도 동반한다. 

둘째는 우산을 챙겨줬는데 첫째는 그냥 갔다. 

오늘 둘 다 시험이 한 과목 밖에 없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첫째에게 전화가 온다. 

우산 없다고 데리러 와줄 수 있냐는...

시험기간만의 특혜다. 

요즘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데리러 간다. 

첫째는 내일까지 시험 보면 끝난다. 

 

둘째에게 전화가 온다. 

오늘 시험이 끝났다. 

친구들과 놀러 간다며 당당하게 용돈을 요구한다. 

 

친구들과 긴 시간을 보낸 둘째에게 또 전화가 온다. 

옷을 사야 하는데 같이 가자는 요구다. 

친구들과는 이제 헤어지고 다시 쇼핑하러 가겠다는 둘째다. 

집에 온 둘째와 같이 홍대로 간다. 

 

 

집 앞 골목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둘째가 '꽃이다'라고 말하는 소리 때문이다. 

꽃이 핀 장소로 인해 꽃이 더 꽃으로 보인다. 

사진에 담아본다. 

 

 

홍대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학생들, 외국인, 버스킹... 

옷을 사러 온 둘째는 이곳저곳 쇼핑하기 시작한다. 

쫄래쫄래 둘째 뒤를 따른다. 

 

이상하다 분명 좀 전에 왔던 곳인데 한 바퀴 돌아 또 온다. 

역시 쇼핑은 나와 친하지 않다.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결국 옷을 산다. 

 

할인을 한다. 

가격표에 10,000원이라 쓰여있다. 

하나 더 고른 옷과 함께 결재를 한다. 

 

어?

만원인 줄 알았던 옷이 15,000원이다. 

가격을 물었더니 뭐라고 답하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둘째가 나한테 알려준다. 

 

10,000원 밑에 작게 'From'이라고 적혀있다. 

한 마디로 '10,000원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다. 

자세히 보지 못한 내 잘못이지만 속은 느낌이다. 

암튼 결재하고 집으로 향한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 이번에 SKT 유심칩 해킹 사건으로 혼란하다.   

많은 사람들이 유심칩 교체를 위해 긴 줄을 선다. 

또는 번호 이동도 한다. 

 

그 가운데 위약금 면제에 대한 논란도 있다. 

그런데 이용약관을 읽어보면 이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이 정보를 회사는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 

고객이 찾아서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면제라고 알려주고 있다. 

좀 전에 말했듯이 회사는 먼저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손해 보는 정직함을 택하지 않는다. 

 

손해 보는 정직함!

오늘 작게 적혀 있는 'From'이라는 단어가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한다. 

세상은 내게 손해가 될 정직함을 어리석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독교, 교회, 그리스도인 그리고 무엇보다 목회자는 '손해 보는 정직함'을 택해야 한다. 

 

척박한 세상에서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마치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핀 꽃처럼 말이다. 

물론 상술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생각이 생각을 낳았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손해 보더라도 정직을 택하는 삶을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 둘째는 시험 끝나고 친구들과 놀고 쇼핑하고 만족해한다. 

나는 만 오천보 산책한 것보다 피곤하다. 

내일 첫째 시험이 끝나면 아내와 난 해방감을 느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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