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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에서 사람으로"

소리유리 2024. 2. 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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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있지만 축의금만 보낸다.
첫째 통해 보내려 했지만 첫째가 아직 아프다.
아직 그곳과 연관되는 것이 애매하다.

누군가를 만나 근황을 물어보면 사실을 이야기하기도 그렇고 모른 척하기도 그렇고...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책을 정리하며 아이들에게도 버릴 책은 내놓으라고 한다.
둘째 책을 보니 그림책 중에 몇 권이 또 보인다.
팔 수 있으면 팔자는 내 말에 단호하게 버리라고 한다.

나 보다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이 더 분노함을 종종 느낀다.
지난번 그분이 불의에 대한 노래를 하자고 했다고 분노한 분과 통화한다.

내가 이제 분노하기보다 수긍하는 것은 이제 인정한 탓인 듯싶다.
그냥 그런 분이라는 것.
그동안 몰랐다는 것. 미련하게도...

통화하며 조금 거친 말을 하는 분께 나도 언젠가 그분이 아니라 그 사람으로 바뀔 것 같다고 속마음을 슬쩍 내비친다.

그곳은 나와 가족을 잊기 위해 노력하고 벌써 기억에서 사라진 존재가 된 지 오래 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것이 편할 것이다.
물론 나도 잊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20년의 시간 속에 엮인 것이 너무 많다.

그곳은 나와 가족을 대체할 것이 많고 난 자꾸 엉킨 실타래처럼 자꾸 엮여 나온다.

불의하지 말 것을 외치는 불의한 사람.
더 이상 공정할 수없음을 정당화하며 당당하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사람.
주지 않기로 작정한 기회를 기회라며 자신의 온정주의를 자랑하는 사람.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정의를 말하는 사람.
20년을 봤지만 미래를 위해 세울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한 사람.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도리어 화를 내며 자신이 구석구석 소문을 냈다고 시인해 버린 사람.
할 말은 계속 나온다...

이제 나도 자연스럽게 분에서 사람으로 바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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