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기대나 변화도 내려놓게 한 슬픈 이야기"

소리유리 2025. 12. 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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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담임 목사로 인해 상처받은 후배와 잠시 카톡을 나눈다. 

지난주에 성탄예배도 있어 어땠는지 물어본다. 

성탄, 철야, 주일예배 연달아 3번... 

힘들었다고 말한다. 

사정을 잘 아는 교회 높은 위치(?)에 있는 가족이 말했다고 한다. 

 

'목사님도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내려놓자고'

 

그다음 후배의 말은 서글픔과 속상함 그리고 아픔을 준다. 

 

"그래서 노력 중이야. 목사님에 대한 기대나 변화도 내려놓고..."

 

이 말을 듣고 한 마디 했다. 

 

'기대나 변화도 내려놓게 하는 목사... 참 슬픈 이야기다'

 

담임 목사에 대해 기대하지 않고, 변화될 것도 내려놓는다. 

이건 '포기'다. 

사람에 대해 더 이상 기대나 변화를 포기하는 것은 '절망'이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말이다.  

 

키에르 케고르의 말을 빌리면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절망'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들었다.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일반 성도도 아닌 목사에게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절망에 이르는 병에 걸린 비극 중의 비극이다.

이는 재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아주 평범한 교회의 일상 가운데 일어난 그저 평범한 교회 이야기다. 

그래서 더 슬프고 아프다. 

 

사람에 대해 포기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더더욱 목사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더더욱 좋지 않은 일이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예전부터 하던 말을 또 한다. 

그곳에서 나오라고 말한다. 

우리 교회에 오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좋은 교회로 가라고 말한다. 

 

목사 입장에서 교회를 옮기라는 것은 이상하다. 

사실 교회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교회를 옮기라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담임 목사와의 심각한 갈등, 문제가 생기면 옮기라고 말한다. 

이 말도 쉽게 하진 않는다. 

하지만 후배의 사정은 지속해서 듣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다.  

 

하지만 교회를 옮기는 것은 보통 가족, 친인척이 함께 교회 다니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 

후배도 그렇다. 

굴뚝같은 마음은 현실의 제약으로 인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고 못한다. 

그런 자신을 '바보 같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바보 같은 자신을, 이런 재난이 생겨도 교회를 옮기지 못할 것을 목사님도 잘 알고 있는 듯이 말한다. 

목회자로 왠지 후배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대화는 이어져 후배가 체념하듯이 말한다. 

 

"근데 교회 떠나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벽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절대 안 변한다고... 그래서 다 떠난 거야..."

 

실망과 체념 그리고 포기, 절망이라는 감정이 말을 통해 전달된다. 

형식적인 위로는 불필요하다. 

그저 듣고 공감해 줄 뿐이다. 

 

목사도 사람이지만 성도들이 벽 보고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을 주어선 안 된다. 

절대 안 변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조금 전에 말했듯이 꿈이 아닌 현실이다. 

 

담임 목사에 대해 기대나 변화도 내려놓게 성도의 한 슬픈 이야기다. 

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든 해피엔딩이 될 것이다. 

그분이 상황을 다 아시고 그분의 뜻대로 흘러갈 것이 분명하니까...

 

다만 그때까지 버티고 견디고 기다리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 

포기와 절망은 바로 옆에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고, 희망과 소망은 너무 멀리 있다.

가까이 간다고 해도 여전히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아는 것보다, 믿는 것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말을 돌린다. 

그래도 너랑 이야기하면 글의 소재를 줘서 좋은 면(?)도 있다고... 

실제로 오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12월 30일 곧 2025년이 마감된다. 

좋지 않은 것들이 모두 없어질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이 줄어들길 소망해 본다. 

후배의 신앙생활도 며칠 뒤 내년엔 좀 더 나아지길... 

 

... 아내가 아침에 환기를 위해 문을 열었더니 보일러가 열심히 돌아간다고 한다. 

바닥이 따뜻하게 올라오면 고양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고양이들이 바닥에 철퍼덕(?) 누워있다. 

그리고 곧 잠이 든다. 

오늘도 아내가 보내준 고양이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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