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명품"

소리유리 2025. 4. 4. 00:13
728x90
반응형

학교에 간 첫째에게 또 먼저 카톡이 온다. 

부탁하는 카톡이다. 

지난번과는 달리 짜증이...

 

담엔 안 가져다준다고 하고 가져다줘야 하는 물건을 챙긴다. 

이제 첫째 학교 가는 길이 익숙해졌다. 

게다가 지름길도 발견했다. 

 

 

문 앞에 택배 하나가 도착해 있다.  

지난주 토요일 결혼한 영광 제자가 보낸 굴비 한 두름이다. 

상자를 열고 보자기를 펼치니 떡 하니 '명품'이라 적혀있다. 

 

그날 봉투 받았는데 또 명품도 보내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튼실해 보이는 굴비다. 

다듬는 건 내가 할 일이다. 

 

20마리를 후다닥 다듬는다. 

꼬리 자르고, 가시와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비늘도 제거한다. 

냉동된 것이라 해동되기 전에 비닐팩에 넣어 냉동실에 들어간다.  

 

 

제자에게 택배 잘 받았고 고맙다는 인사와 굴비 사진을 보낸다. 

신혼여행 중인데 바로 답변이 온다. 

고마운 '명품' 제자다.

명품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본다.  

 

1. 뛰어나거나 이름이 난 물건이나 작품 

2. 세계적으로 이름난 고가의 상품

 

'뛰어남, 유명, 고가'의 물건, 상품 그리고 사람이다. 

사람에게도 명품이라는 말을 붙여보고 싶다. 

뛰어나고 유명하기에 가격을 매기면 비싸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에게 값을 매긴다는 것이 그렇지만 분명 명품 사람이 있다. 

다만 물건과 달리 뛰어나지도, 유명하지도, 비싸지도 않아도 명품인 사람이 있다.

아니 명품 사람이기에 다시 보니 뛰어나 보이고 유명해지고 평가되는 가치도 높다.

 

명품은 스스로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가치를 매긴다.

사람은 더욱 그렇다. 

'나는 명품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은 명품이다'라고 지인들이 말한다. 

 

사람들이 다 알만큼 유명하지 않고,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명품인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서 명품인 그 사람을 알아본다. 

그 가치를 정할 수 없을 만큼 값비싼 명품이다. 

 

황가람 씨가 불러 유명해진 역주행 노래가 있다. 원곡은 중식이 밴드가 부른 '나는 반딧불'이란 곡이다. 누구나 다 자신을 '별'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에선 자신이 '개똥벌레'인 것을 직시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별이냐 개똥벌레냐가 아닌 빛나는 그 자체임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명품은 '별'이 아닌 '개똥벌레'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별'은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눈부신 빛을 보여주는 '개똥벌레'소소한 가운데 진짜 명품이 있다. 

 

영광 제자가 그렇다. 작은 시골의 선생으로 느지막이 이제 막 결혼한 개똥벌레!

하지만 명품인 사람이다. 

 

굴비 때문도 아니고 봉투 때문도 아니다.

25년의 시간을 지켜본 나라는 사람이 평가하고 정한 가치다. 영광 제자 외에 주변에 명품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명품이 되길 소망해 본다. 

 

... 아내가 저녁으로 누룽지와 굴비를 원한다. 참기름을 약간 바르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준다. 첫 시식은 내가 먼저 해본다. 맛있다. 

오늘은 한 조각만 먹고 내일 본격적으로 먹어봐야겠다. 

 

 

* 나는 반딧불을 원곡이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한참 동안 찾았던 내 손톱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돼 버렸지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너무 멀리 갔죠 누가 저기 걸어놨어 누가 저기 걸어놨어
우주에서 무주로 날아온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내가 널 만난 것처럼 마치 약속한 것처럼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란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LIST

'오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의선숲길 벚꽃 : 사람"  (0) 2025.04.07
"푸른 애벌레의 꿈"  (0) 2025.04.04
"매주 주일(일요일)은 쉽니다"  (0) 2025.04.01
"먼저!"  (0) 2025.04.01
"7시간의 대화"  (0)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