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잔인한 4월"

소리유리 2025. 4. 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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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의 대표작 '황무지'의 첫 구절에서 유래된 말이다.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잔인한 달의 이미지는 자연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잔인한 달을 이야기할 때 그 이미지는 각자 다르다. 

 

한국에서는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이 많아 4월을 잔인한 달로 인식하기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고난주간이 있는 4월이다. 

그리고 학생들에겐 중간고사가 있는 잔인한 4월이다. 

 

현실에서 다가오는 잔인한 4월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목회자임에도 고난주간 보다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중간고사가 잔인한 4월을 느끼게 한다. 

새벽에 일어나 등교하고 밤늦게 오는 첫째와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허둥지둥 준비하는 둘째. 

 

모든 학생들에게 한 해의 첫 시험인 중간고사가 있는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그리고 그 학생들을 키우는 부모에게도 마찬가지다. 

수험생과 수험생의 부모는 동일선상에 있다. 

잔인함을 함께 느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든다. 

아이들과 말하는 주제가 '공부, 시험'으로 단순화된다. 

얼른 4월이 지나 5월이 되길 바란다. 

5월 초까지 시험을 보기도 하지만...

 

학교, 학원, 독서실, 자기 방 책상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잔인한 달. 

왠지 안쓰럽다. 

그리고 그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이 더 안쓰럽다. 

 

치열한 경쟁과 순위매김이 익숙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4월을 더 잔인하게 한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 고착화된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시간밖에 없다. 

인고의 시간을 흘려보낼 수밖에...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영양공급과 차량공급을 열심히 해주는 일이 내게 주어진 4월이다. 

고난주간을 지내며 묵상과 산책 그리고 책 읽기와 글쓰기는 계속된다. 

오늘도 중간중간 동네를 산책한다. 

그리고 잔인한 4월을 만끽한다.  

 

둘째는 집에서 공부를, 첫째는 12시에 도서관에서 나온다고 한다. 

나는 집에서 대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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