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어제 일이다.
산책을 나가려고 이어폰 줄을 챙긴다.
심하게 엉켜있다.
이어폰 줄이 이상하게 너무 깨끗하다.
줄이 생고무를 만지는 것처럼 뻑뻑해 잘 풀리지 않는다.
어제 아내가 내 옷을 빨았는데...
아무래도 줄도 같이 운명을 같이 했나 보다.
세탁에서 건조까지...
소리를 들어본다.
이상하다.
이전과 차이를 못 느낀다.
내 귀는 막귀다.
산책을 끝내고 저녁에 아내에게 묻는다.
어떻게 알았냐며 깜짝 놀란다.
그리고 실토한다.
건조기에서 옷을 꺼내면서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슬쩍 식탁에 놔뒀다고...
이어폰, 스피커는 물에 쥐약이다.
물에 젖으면 흔히 물먹은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건조를 거쳐 어느 정도 복구된 듯하다.
오늘도 아내가 말한다.
이어폰 세탁된 거 어떻게 알았냐고...
늘 쓰던 물건이라 주인은 안다.
평상시와 달라진 이어폰을...
완전범죄(?)를 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는지 몰라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세상 일도 그렇고 교회 일도 그렇다.
모른 척하고 속이려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알아도 대부분 굳이 아는 척하지 않고... 속아주는 척한다.
아니면 속임수에 더 이상 함께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 나도 놀랐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상황을 아는 '알만한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을...
... 세탁과 건조를 거쳐 깜쪽같이 예전의 소리를 내는 이어폰.
이 정도는 그냥 깔끔하게 목욕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이어폰 같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상처를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만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알만한 사람 중에 대부분은 자신이 상처받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아니 알면서 모른척 한다.
언젠가 누적된 그 상처가 심각한 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은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