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창작

"무제 10 - 선씨"

소리유리 2024. 4. 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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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씨'는 오늘도 어깨를 쫘악 펴고 의기양양하게 줄을 선다.  

본인의 업적을 생각한다. 

 

'아무리 천씨가 결심을 해도 나의 절대적 도움과 완벽한 계획 없이 실행할 수 없었지'

'정말 완벽한 계획과 결과였어! 내가 생각해도 진짜 멋졌어!'

 

선씨의 자화자찬은 극에 달했다. 

사람들에게 대놓고 자랑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동안 수많은 작전과 계획을 짰다. 

 

치밀하고 완벽한 계획!

누가 보더라도 불법과 불의, 거짓이 가득한 문제가 많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다.  

물론 그런 계획들이 들통났을 때마다 큰 손해를 봤다.  

하지만 선씨에게 손해는 별문제가 아니다. 

선씨가 배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번 팽씨일로 선씨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천씨도 전적으로 선씨를 의지하고 있다. 

장씨들도 선씨의 말에 꼼짝 못 한다.

아쉽게 한 사람만 제외하곤...

부씨들은 아무 말 없이 선씨의 의견을 따라간다. 

 

선씨는 이 모든 불법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끌기 위한 좋은 의도라고 합리화한다.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거짓과 불법이라고 되뇐다.  

예전부터 해오던 당연한 불법과 부정이었기에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숫자를 속이고 법을 어기더라도 큰 소리로 우겨대면 이긴다는 만고불변의 비법을 터득했다. 

 

선씨는 나름대로 합리적 기준을 세워본다. 

그리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 

 

"비열하고 비겁해도 도리어 당당하면 사람들이 따라온다. 

방법이 잘못돼도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된다. 

원하는 결과가 잘못된 것이라도 상관없다. 

문제가 생기면 다 천씨 탓으로 돌리면 된다." 

 

선씨는 절대 부끄럽지 않다. 

문득 하늘을 본다. 

'혹 나 또는 내 가족이 팽씨같은 일을 당하면?'

선씨는 갑자기 오싹해진다. 

 

'아니 절대 그럴 일은 없지.

그때는 철저하게 숨기고 속이고 가짜를 만들지 뭐' 

 

선씨는 갑자기 씁쓸한 느낌이 든다. 

뭔가 잘못됐다는 실낱같은 옳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 지금까지의 삶이 옳은 삶이 된다. 

 

선씨는 한순간 정상적으로 생각하려는 자신을 탓한다.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돌리며 전혀 부끄럽지 않아야 할 자신을 다시 세뇌한다. 

오늘도 선씨는 자신이 자랑스러워야 한다. 

나중? 

 

나중은 나중이다. 

선씨는 다시 다짐한다. 

 

"지금 난 잘났다.

누구도 나에게 뭐라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나의 계획은 완벽하다. 

천씨도 인정한다.

거짓과 불법으로 가득한 나의 계획으로 누군가 힘들다면 그건 다 천씨 때문이다"

 

선씨는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선씨는 다시 의기양양하게 사람들의 인사를 받기 위해 나선다. 

"오늘도 나는 대접받아도 마땅한 사람이다"

선씨는 자신을 세뇌하며 사람들의 손을 힘 있게 꽈악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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