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창작

"무제 9 - 울씨"

소리유리 2024. 4. 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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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오늘도 좀 그러네... ' 

 

'울'씨는 요즘 아내의 우울한 모습 때문에 걱정이다. 

이해는 되지만 그렇게까지...

'사람이 너무 착해서 문제야'

혼자 중얼거리며 출근을 한다. 

 

울씨의 아내는 여리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지난번 팽씨 문제를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다. 

울씨는 혼잣말하며 생각한다.

 

"나름 팽씨가 억울할 수 있어 아니 억울해.

그래 팽씨가 팽 당했다. 

천씨가 비겁했고 비열했다. 

그런데 그게 뭐... 다들 그렇게 사는 것 아닌가?

그리고 뭐... 경쟁사회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고..."

 

"아... 진짜 모르겠다. 

아내가 자꾸 그 일을 곱씹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데...

그냥 잊고 우리는 잘 지내면 되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사실 이번 일이 불합리하고 천씨가 거짓말하고 나쁜 짓 한 것은 인정해 너무 치사했지. 

뻔히 보이는 핑계들과 거짓말들... 사실 천씨가 욕먹어도 싸긴 하다. 

아... 무슨 생각을... 천씨는 그냥 천씨 자체로 귀하고 높은 분인데..."

 

"그래... 장씨들이나 부씨들이나 다 천씨에 대해 그렇게 넘어가고 있잖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시간이 흘러가는 데로 살면 된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더러워도 깨끗한 척하면 되지 뭐...' 

 

울씨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듯하다. 

울씨는 계속 혼잣말을 이어간다. 

 

"그래!

생각해 보니 팽씨와 같이 있었을 때에 내가 나름 잘해줬지! 

아내도 팽씨를 잘 챙겨주고... 

그러면 됐지!" 

 

지난 일로 생색을 내려고 하니 좀 어색하다.

왠지 혼자 미안한 마음에 혼잣말을 내뱉는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팽씨에게 위로의 전화나 선물이나 하나 보내줘야겠다. 

그리고 아내에게 내가 얼마나 팽씨를 잘 챙겨주고 있는지 말해줘야겠다. 

아... 그러면 천씨가 또 걸리는데?"

 

울씨는 생각난 김에 천씨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또한 건강에 좋은 것들을 챙겨 천씨에게 선물한다. 

울씨는 또 생각해 본다. 

 

"음... 천씨는 봉투를 더 좋아하는데...

돈이면 환장하는데... 아 '환장'이라는 말을 쓰다니... 죄받겠다.'

 

혼잣말이지만 누가 들었을까 해서 주변을 살펴본다. 

 

"이 시대에 돈이 최고지 뭐... 누구한테 물어봐도 돈이 좋다고 할걸?

음... 선물은 괜히 했네... 천씨 봉투 두둑하게 챙겨야겠다"

 

아내의 우울함은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을 알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울씨. 

울씨의 아내는 그저 착하다. 

상식적인 것이 문제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것인데 주변에서 난리다. 

 

그렇다.

울씨는 아내도 비상식적인 현실에 맞춰 살길 강요하고 살지 못하는 아내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상식과 비상식의 역전이다. 

곧 울씨의 아내도 비상식의 사회에 안착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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