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창작

"무제 4 - 제씨"

소리유리 2024. 2. 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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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는 이곳이 처음이다.
한 마디로 초짜다.
아직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그저 '팽'씨 때문에 이곳에 왔다.
혼자 오기 그래서 '달'씨와 함께 왔다.

'천'씨는 물론  '지'씨도 심지어 '장'씨들도 제씨와 달씨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리고 '부'씨들도 환영해 준다.

제씨와 달씨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다.
이번에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곳에서 힘을 얻는다.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왔다.

기대가 된다.

게다가 알고 보니 천씨와 제씨는 연고도 있다.

말투도 좀 비슷하다.  
더 마음이 간다.
제씨는 열심히 하기로 달씨와 굳게 마음먹는다.

초짜지만 출근도장을 빠짐없이 찍는다.
잘 이해가지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경청하고 따라간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점점 익숙해진다. 

팽씨가 옆에서 많이 가르쳐주고 도와준다.

... 어느 날 갑자기 늘 보이던 팽씨가 안 보인다.
이상하다.
더 이상한 것은 팽씨가 보이지 않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마당발로 이것저것 온갖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인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동안 없던 사람 취급한다.

제씨는 팽씨 때문에 이곳에 왔는데...
궁금하다. 너무 궁금하다.
천씨를 찾아가 묻는다.
'팽씨가 요즘 안 보...'

천씨가 별일 아닌 듯 바로 답한다.
'팽씨 떠났어요'

제씨가 놀라 말한다.
'네? 말도 없이요? 간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제씨의 말을 막으며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아.. 팽씨가 오랜 기간 열정을 다해 일했고 사람들도 잘 따르고 이곳을 앞으로도 잘 이끌만한 사람이었지만...
음... 아.. 그래... 꿈도 열정도 없고...
그리고 또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아무튼 이곳의 미래와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내보냈습니다!'

제씨가 당황하며 말한다.
'아니 그래도 오랜 기간 같이 했는데 갑자기 인사도 없이...'

당당하게 천씨가 대답한다.
'어차피 팽씨는 여기와 어울리지 않고 다른 일 할 사람이라서 괜찮아요... 게다가 사실 나가게 하기 위해 제가 좀 특별히 신경 썼죠.'

묻지도 않았는데 신이 나서 계속 말한다.
'완벽한 작전과 치밀한 계획이 있었답니다.

약간의 거짓 소문을 내고 조작도 하고, 없는 이야기도 만들었죠...

장씨들도 부씨들도 다 함께 이루어낸 멋진 결과랍니다.
그게 다 를 위한 거니까.'

제씨는 잘못 들었는지 바로 묻는다.
'누구를 위한 거요? 나? 팽씨가 아니라 천씨요?'

천씨가 당연한 듯 대답한다.
'네! 당연히 나죠!

모든 것은 내 중심으로 결정되고 나를 따라야 하는 것이 이곳의 원칙이고  법칙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팽씨는 가끔 말도 안 듣고 문제도 아주 아주 많았죠'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천씨는 얼버무린다.
'그.. 그럼요. 아주 많아요. 엄청... 그러니까...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예를 들어... 그러니까... '

 

제씨는 천씨의 표정을 통해 한 꺼풀 벗겨진 진짜 천씨를 본다.
단호하게 '아... 네... 잘 알겠습니다'로 대화를 끝내고 돌아선다. 

제씨는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기로 결심한다.
물론 달씨도 마찬가지다.
천씨의 이중적 모습과 거짓의 실체를 보게 됐다.

그동안 보던 모습은 진짜가 아니었다. 

왠지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이곳도 진짜가 아니다.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안심의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네...'

한편에 속았다는 분함과 더 늦지 않았다는 시원함이 함께 온다. 

제씨는 팽씨가 걱정된다.
전화도 그렇고 힘들어할 팽씨에게 해줄 것이 없다.
그저 잘 아는 정육점에서 흑돼지고기 선물을 보낸다.
먹고 힘내라고...


세상엔 천씨, 장씨, 부씨 말고 진짜 좋은 사람이 많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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